학교에 있는 유실수, 자연 친화적 측면에서 인성교육 측면에서 교육적 효과가 크다. 봄에는 매화나무, 앵두나무, 보리수나무, 여름엔 살구나무와 자두나무 열매가 열린다. 가을엔 은행과 밤과 잣이 열린다.
작년 허전했던 마음, 당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월요일 출근했는데 밤나무에 밤송이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누군가 밤 욕심이 있어 억지로 열매를 따간 것이다. 견물생심이야 이해하지만 타인을 생각하는 이성(理性)을 발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율전중학교다. 율전(栗田)을 순수 우리말로 하면 밤밭이다. 그래서 교정에 상징적 의미로 밤나무 5,6 그루가 있다. 밤나무에 꽃이 피고 향내를 풍기고 열매를 맺는 것을 보는 자체가 즐거움이다.
특히 가을엔 떨어진 밤송이를 까거나 저절로 떨어진 밤을 줍는 잔잔한 재미는 그 어느 것에 비할 수 없다. 밤 껍질을 까서 먹는 것은 그 다음이다. 생밤을 책상 위에 놓고 보는 것, 결실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때론 삶의 의미도 생각한다.
작년엔 우리 학교 주무관이 매실을 땄다. 그냥 매달려 있게 하지 왜 땄냐고 물으니 동네 사람들이 마구 따가서 미리 땄다고 알려준다. 상품 가치는 그렇게 높지 않으나 자칫 잘못하면 나무 모양도 버리니 도둑을 예방한 것이다.
작년 밤송이 전체를 일어버린 사례를 참고하여 주민들의 지성과 이성에게 호소하는 방법을 강구해 본다. 밤나무에 당부 말씀을 붙이는 것. 교육을 알고 어느 정도 교양이 있는 분이면 협조가 있으리라고 본다.
당부사항 : 밤나무에 밤송이 매달린 것 보는 즐거움, 떨어진 밤송이 까는 추억, 밤 줍는 낭만 즐길 수 있게 밤송이 억지로 따지 마시길…. -율전(栗田) 사랑 가족 올림-
오늘 당부사항 디자인한 것이 나왔다. 이것을 커다란 밤나무 기둥에 매달아 놓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자연적으로 떨어진 밤송이 까는 것, 저절로 덜어진 밤알 주워가는 것, 다 용인할 수 있다. 그런데 억지로 밤송이 따가는 것은 안 된다.
따서 먹는 것보다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따서 먹는 즐거움은 특정한 소수에게만 적용이 된다. 그러나 열매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보는 즐거움은 전교생이 즐길 수 있다. 또 산책을 하면서 떨어진 알밤 주워가도 좋다. 가을의 추억을 간직하는 것이다.
우리 율전교육 공동체, 이 당부사항을 보고 이기심을 억제하리라 본다. 함께 누리는 즐거움, 이것이 행복한 교육공동체다. 즐거움, 추억, 낭만을 공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