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수준별이동수업 강사비가 전액 삭감돼 교육청에서 한푼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원인이 무상급식 등의 복지 확대라고 한다. 그렇지만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은 없다. 중요한 것은 당장에 학교에 돈이 없고 이로인해 학생들의 교육활동이 자꾸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학교는 예산을 절감하여 2개 학년에서 수학, 영어의 수준별이동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강사 2명 채용에 필요한 예산이 대략 2천5백만원 정도이다.
여름방학에 접어들기 직전에 수학 강사가 찾아왔다. 갑자기 무슨일인가 싶었는데, 강사를 그만 두겠다고 했다. 영문을 몰라 이유를 물었더니 뜻밖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강사비가 너무 적어서 생활이 곤란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동안 강사를 모집하면서 강사비가 적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갑작스럽게 그만두는 이유가 강사료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학교 시간강사의 강사비 문제를 지켜 보면서 정말 저정도면 고학력 인력의 낭비라는 생각을 했었다. 고학력자들이고 외국유학까지 다녀온 대학교의 시간강사의 처우가 그 정도인 줄 정말 몰랐었다. 최소한 생계를 유지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겼었다. 대학강사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가정을 꾸리고 자녀 교육을 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사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강사비 문제는 대학교 강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중, 고등학교의 시간강사는 강사료가 대부분 1만7천원이다. 시간당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주당 20시간을 할 경우, 34만원이 되고, 한달 4주면 132만원이 된다. 꼬박 한달동안 학생들 지도하고 받아드는 돈 치고는 너무나 적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주당 20시간을 100%채우지 못하는 주도 많이 있다. 시험기간이나 중간에 행사가 있으면 강사들이 수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 강사를 겸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주당 20시간이면 하루평균 4시간을 수업을 하게 되므로, 아주 가까이 있는 학교가 아니라면 다른 학교에 가기 어렵다. 강사의 몸이 둘이 아닌 다음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강사비 인상이 해답이 되는 것이다. 대학교 강사비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중, 고등학교 강사에 관심을 갖는 이가 없다. 대학교 강사비와 함께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강사비가 너무 싸서 다른 곳으로 가겠다는 것에 공감을 한다. 그런데 다른 곳은 강사비를 더 주느냐는 의문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강사비가 일률적으로 모든 학교에서 시간당 1만7천원이었다. 몇 년전에 강사비 규정을 학교별로 정해서 활용하라는 지침이 있었다. 학교에 따라서 더 많이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 올려주는 학교들이 거의 없다. 기존대로 1만7천원을 지급하고 있다. 예산내에서 인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빠듯한 예산에서 강사비로 더 지출할 학교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경기도는 사정이 좀 다른 모양이다. 우리학교에서 이번에 그만두는 강사가 원래 경기도 지역에서 강사를 했다고 한다. 강사비가 2만1천 이었다고 한다. 서울도 당연히 그렇겠거니 하고 왔는데 1만7천원이라고 해서 놀랐다고 한다. 그동안 방과후 수업까지 하면서 근무했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다시 경기도 쪽으로 간다고 했다. 몇 번을 물어도 강사비 외에는 이유가 없다고 했다.
강사비가 적기 때문인지 인터넷에 강사모집 공고를 내면 지원자가 많지 않다. 기간제 모집에는 수십통의 이력서가 들어오는데, 강사모집은 개점휴업이다. 시교육청 구인란에 올려도 지원자가 거의 없다. 여러차례 올려야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이 이력서가 들어온다. 그나마 면접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강사들도 많다. 이런 사정 때문에 면접을 보고 마음에 안들어도 워낙 강사구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 어쩔 수 없이 채용하게 된다.
결국 강사채용을 제대로 하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강사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강사비가 얼마인가는 학교교육의 질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조금이라도 훌륭한 강사를 구한다면 학교교육의 질은 그만큼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사비를 현실화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