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중학교 학생들은 대학입시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물론 학생과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최종 종착지는 대학입시이긴 하지만 그래도 중학교에서는 대학입시보다 고등학교 진학에 관심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어떤 형태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느냐가 대학입시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고등학교 학생들에 비해서 대학입시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높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겠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새로운 대학입시 개선안이 발표되면서 중학교에서도 대학입시에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를 2017학년도 대학입시 개선안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꼭 집어서 중학교 3학년이 대학입시를 치를 때라는 언론보도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왜 하필이면 2017년이냐는 푸념이 들려오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도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왜 그럴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9개정교육과정이 처음 도입된 시기에 중학교에 입학한 것이 현재의 중3학생들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보도 듯도 못했던 집중이수제를 경험하게 됐다. 과목은 줄었으나 학습부담이 엄청나게 커졌다. 매번 시험때마다 과도한 시험범위로 인해 곤혹을 치렀다. 학습부담을 줄여 준다더니 더욱더 부담만 커진 것을 몸소 체험하고 느꼈을 뿐이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어쩌면 이런 사정때문에 이 학생들이 중학교 2학년일때 여러가지 이야기가 시작됐을 수도 있다. 북한도 쳐들어 오지 못한다는 속설같은 이야기가 나온 것이 바로 이 학생들이 2학년 때였던 것이다. 이제 이들이 중학교 3학년이 됐다. 집중이수제로 인해 힘든 여정을 거쳐 3학년이 된 것이다.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집중이수제가 완화되어 이들 보다는 훨씬 학습부담이 줄어 들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이 아이들이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사를 수능 필수로 한다고 하자 이미 중학교 1학년에서 역사교과를 모두 이수한 이들 학생들은 당황해 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에서 한국사를 배운다고 하면 최소 2년의 공백 끝에 한국사를 접하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사를 위해 사교육의 문을 두드려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왜 하필이면 2017년인가에 대한 원망을 하게 된 것이다.
집중이수제에서 1학년 교과가 고입에 반영되지 않는 것도 이들에게는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 모든 과목을 배우던 시절에 도입되었던 내신성적 반영 방법이 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있는 교과를 1학년때 모두 배웠는데 그 과목은 내신성적 반영에서 빠진 것이다. 그야말로 학생과 학부모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 우리에게만 피해를 주는가.
여기에 대학입시 개선안이 2017년을 겨냥하고 있다. 이제는 학생들 입에서도 우리만 피해자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한 언론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학생들 대부분은 왜 입시제도를 자꾸 바꾸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늘어 놓았다. 지금 하는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제발 그냥 좀 놔두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들이 현재의 대학입시 제도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꾸 바꾸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교육은 단 한 학생이라도 지나쳐서는 안된다. 아니 방치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것이 문제일뿐인 이 아이들에게 그 어떤 것도 강요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물론 대학입시 개선안이 학생들의 부담을 덜고자 하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학생들의 부담이 더하면 더했지 덜어질 수 없다. 일단 마음의 부담만 하더라도 그 어떤 부담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항상 피해자라고 느끼는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갈지 정말로 걱정스럽다. 어떻게 해도 이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어렵다. 이미 늦어버린 까닭이다. 앞으로 이들이 성장해서 성인이 되더라도 이들에게 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왜 그들만 희생당해야 하는지, 왜 모든 촛점이 그들에게 집중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학입시 제도 개선안이 나오면서 당장 올해 고등학교 입시부터 걱정이 된다.
특목고를 가야할지 일반고를 가야할지, 아니면 자율형 고등학교에 진학을 해야 할지 너무나 혼란 스러울 것이다. 새로바뀌는 대학입시제도에서 어떤 형태의 고등학교 진학이 대학입시에 유리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곳을 찾아 돌아다닐 것이다. 공부만 하기에도 힘든 이 아이들에게 왜 자꾸 짐을 지워 주는지 우려가 앞선다. '우리를 더이상 실험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어느 학생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아이들 정말 어떻게 해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