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수리 도전기
집에 있는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 부팅이 되지 않고 ‘삐비빅’ 소리만 난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에이, 수리비용이 3만언에서 5만원 들어가겠네!”이다. 비용 걱정부터 드는 것이다. 어떻게 할까?
다음 날 아침, 아내는 아침 준비에 바쁘다. 그렇다면 저 컴퓨터 수리에 도전해 볼까? 안 되었을 경우, 컴퓨터 수리 기사를 부르자. 결정을 내리고 컴퓨터 책상을 앞으로 끌어낸다. 그리고 옆 케이스를 연다. 수리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컴퓨터 수리에 전문기술이 있는가? 없다. 다만 몇 달 전 똑 같은 고장으로 수리기사가 고치는 것을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았을 뿐이다. ‘관찰’을 무기 삼아 도전해 보려는 것이다. 그 당시 참 쉽게(?) 고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수리기사는 내게 지우개를 요구했다. 가져다주니 부속 두 개를 꺼내 동판 부분을 앞뒤로 10여 차례 깨끗이 지우개로 닦는다. 그러더니 다시 장착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되었을까? 희한하게 컴퓨터가 정상 작동한다. 이게 바로 기술이라는 것이다. 비용 3만원, 기술값이다.
그러니까 수리재료인 지우개는 내가 공급했다. 그리고 기사는 지우개 똥만 남겼다. 나는 수리비용 3만원을 지출했다. 다만 나는 수리기술이 없었던 것이다. 그가 부팅이 안 되는 것을 접촉불량으로 판단하고 그 부분을 지우개로 청소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번엔 내가 도전할 차례다. 실제로 해 보는 것이다. 실패한다면?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실패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평소 우리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도전하는 사람만이 성취할 수 있다’이다. 동쪽 현관에는 ‘도전은 즐겁다’ 표어도 붙여놓았다. 그것을 앞장서 실천해야 한다.
컴퓨터를 분해했는데 원인이 되는 칩이 빠지지 않는다. 그냥 잡아당기니 꼼짝하지 않는다. 작은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헉, 여기서 멈추고 다시 조립해? 그럼 헛수고네!’ 그냥 멈출 수 없다. 아내를 불러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다시 도전한다. 옆 고정핀을 젖히니 쉽게 빠진다. '아하! 그렇구나!‘ 동판 부분을 지우개로 여러 차례 닦았다.
이른 아침에 아내는 음식을 만들고 나는 컴퓨터를 수리하고. 분해된 것을 다시 조립하였다. 이제 전원을 켜서 확인해야 한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스위치를 눌렀다. 성공이다. 제대로 작동이 되는 것이다. 아내 왈 “여보, 당신 3만원 굳었네!”
컴퓨터를 분해하고 조립하느라 손은 시꺼멓게 되었다. 그래서 이것을 3D 업종의 하나라고 하는가? 잠시 그러면 어떤가? 손은 비누칠해서 씻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도전해서 얻은 성취감이 색다르다. 도전하는 사람이 느끼는 성취감은 누구나 느껴보았을 것이다.
그래 인생은 이렇게 사는 것이다. 이게 삶의 즐거움이고 기쁨이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돈이 들어가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거기에는 삶의 즐거움이 없다. 반성과 후회가 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일을 내 힘으로 내 스스로 해결한다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