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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네마 편지> 이도공간

장국영의 마지막 영화를 보아야 하는 이유


아카시아 향에 질식할 즈음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습니다. 장국영. 아니 정신과 의사 짐으로 분한 그를, 그가 세상을 뜬 지 49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는 대학 강단에서 이렇게 강의하고 있었습니다.

"뇌에는 중요한 기능이 있어요. 정보를 수집하는 거죠. 뇌는 귀신에 관한 정보도 흡수합니다. 가족, 친구, 종교, 영화, 그리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듣게 되는 귀신에 대한 생각이 뇌에 떠오르죠. 뇌는 그렇게 우리들에게 유령의 존재를 믿게 만듭니다. 정보가 분석되어지고 뇌 안에서 이미지로 바뀌어지게 됩니다. 여러분에게 지금 설명한 귀신처럼요."

누군가 그에게 질문합니다. "신을 믿나요?" "믿지 않습니다" "귀신도 믿지 않나요?" "네, 물론 믿지 않습니다."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정신과 의사 짐. 그러나 밤이 되면, 우리는 또 다른 그를 봅니다. 그리고 자명종 소리와 함께 아침을 여는 피곤한 얼굴의 그를 봅니다. 지난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다만 피곤할 뿐입니다.

'이도공간'이라는 또 다른 공간 '기억'을 소재로 제작된 장국영의 유작 '이도공간'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의 병. 누군가는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살아가고 누군가는 그 병을 잊은 채 살아갑니다.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낸 얀에게도 상처가 있습니다. 얀의 마음 저편에 도사리고 있는 상처는 짐의 도움으로 치유됩니다.

그렇습니다. '이도공간'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귀신이 있는가 없는가'가 아니라 '도대체 귀신을 생각하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가'를 따지는 데 있습니다. 귀신은 마음 저편에 도사리고 있는 억압된 기억이며, 진짜 문제는 이러한 공포 혹은 억압된 기억은 홀로 치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짐이 얀을 도왔듯이, 이젠 연인이 된 얀이 공포에 질린 짐의 곁을 지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학창시절, 연인이 뛰어내렸던 옥상에서 짐은 말합니다. "지금까지 난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 네가 뭘 원하는지 알아. 내가 뛰어내리길 원하는 거지?"라고. 영화 속 허구와 지난 4월 1일 홍콩 오리엔탈호텔에서 투신자살한 영화 밖 현실이 오버랩되며 하나로 겹쳐집니다. 스크린 속으로 손을 뻗어 난간이 없는 옥상의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그를 진심으로 붙잡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영화 속 짐은 현실의 그와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죽은 연인의 혼령 앞에서 용서를 구하고 키스를 하며 '과거의 상처를 딛고 행복하고 싶은 한 인간'을 연기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장국영의 마지막 영화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상처를 헤집고, 꺼내 보이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자신의 상처에 솔직해지지 않으면, 상처는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을, 그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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