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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175)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하다. 하늘이 높지만 지금보다 더 높은 때는 없는 듯하다. 바람은 붉게 물든 나뭇잎과 함께 춤을 추니 가을이 다가왔음을 알 수 있다. 밤의 길이가 길어지는 추분(秋分)을 맞이하였다. 백곡이 풍성한 때임을 알리는 날이 다가왔다. 올해는 우레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우레소리가 비로소 그치는 날이 되었다. 동면할 벌레들이 울음소리를 그치고 흙으로 창을 막을 때가 되었다. 땅 위의 물이 마르기 시작함을 알리는 때가 되었다.

다만 가을이 옴을 아쉽게 여긴 듯 늦더위는 시샘을 한다. 낮 더위는 여름 못지않다. 하지만 대세는 꺾을 수가 없다. 물러나지 않을 수 없다. 시샘을 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멸시하고 깔보는 날씨도 별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힘을 발휘해도 힘을 쓰지 못한다. 아무리 잘난 체하여도 잘나 보이지 않는다. 자연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다.

주(周)나라는 이(夷)가 달린 부족들을 멸시하고 깔보는 습관이 있었다. 동쪽에 있는 변방인 동이족(東夷族)을 주(周)나라는 늘 멸시하였다. 사람들을 낮추어 보았다. 하지만 인물은 이런 곳에서 났다. 동이족(東夷族)에서는 순임금이 났고 서이족(西夷族)에서는 문왕(文王)이 났다. 둘 다 성인이다. 둘 다 태어난 곳이 다를 뿐만 아니라 시대도 달랐다. 서로의 거리가 천여 리가 되고 세대가 천여 년이 된다. 그렇지만 그들의 뜻은 같았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의 八 .이루장구하의 제1장에 “뜻을 얻어 중앙의 지역에서 행해진 것은 부절(符節)을 합한 듯이 똑같았다.”고 하였다. 부절(不節)은 죽(竹), 옥(玉), 금(金) 등으로 만든 패에 글자나 그림을 새긴 뒤에 둘로 찢어서 하나씩 나누어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서로를 증명할 때 맞추어보는 신표(信標)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가르치는 교훈이 있다. ‘인간 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모든 것은 변화가 많아서 인생의 길흉화복을 예측할 수 없기에 교만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잘난 체해서는 안 되고 남을 깔보거나 멸시하는 것도 안 됨을 가르쳐 주고 있다. 주(周)나라가 변방의 부족들을 멸시하는 뜻에서 언제나 이(夷)를 붙이곤 했다.

깔보는 습관, 멸시하는 습관을 가지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그런 위치에 있게 됨을 알게 될 것이기에 언제나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마음을 지녀야 하겠다. 특히 우리 선생님들은 더욱 그러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스스로 낮아져도 주위에서 보는 눈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은 순임금과 문왕처럼 천명(天命)을 따르라고 하는 것이다. 천명(天命)이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어떤 환경에 있어도, 어떤 위치에 있어도, 어떤 딱한 입장에 있어도 변명을 앞세우지 않고 주어진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순임금이 그러했고 문왕이 그러했다. 태어난 곳이 변변찮아도 사는 곳이 서로 다르고 시대가 달라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들의 마음은 일치하였다. 그러기에 이들은 성인(聖人)이란 말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 선생님도 계실 것이다. 요즘 젊은 선생님들로부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열심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렵고 힘들수록 자기가 선 곳에서 낮은 곳을 보면 이겨낼 수 있다. 배부른 소리, 교만한 소리, 감사할 줄 모르는 소리는 하지도 말고 듣지도 않는 것이 자기를 지키는 길이고 자기를 이기는 길이다. 주어진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자기의 자리를 굳게 지키기가 힘들다. 더욱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순임금과 문왕처럼 오래도록 이름이 알려지고 견고해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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