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다. 그런데 여행을 해보면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좁은 것 같아도 참 넓다. 숨어있는 볼거리들도 많다. 전국 어디든 거리 불문하고 여행을 다니지만 처음 가보는 곳이 많다. 지난 12월 21일에 다녀온 부산의 장산도 그러했다.
장산(萇山)은 해운대 신시가지와 맞닿아 있는 높이 634m의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다. 하지만 맑은 날에는 남서쪽 50km지점의 쓰시마 섬이 보일만큼 조망이 좋고, 그동안 군부대가 입산을 금지하여 자연환경이 잘 유지되었다.
아침 7시 30분, 백두오름산악회원 43명을 태운 관광버스가 청주체육관 앞을 출발해 부산으로 향한다. 차창 밖은 차도만 빼고 온통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작은 나라지만 이렇게 다른 풍경을 만난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선산휴게소와 대구부산고속도로의 청도휴게소에 들리며 부산이 가까워지자 언제 눈을 구경했냐 싶을 정도로 날씨가 따뜻하다.
대천공원에 도착해 만선을 기원하는 상징조형물을 구경하고 11시 30분부터 등산을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여러 개의 등산로 중 ‘대천공원 → 옥녀봉 → 체육시설 → 중봉 → 정상 → 정상아래 갈림길 → 8부 능선길 → 억새밭 → 장산마을 갈림길 → 모정원 → 너덜겅 → 양운폭포 → 폭포사 → 대천공원’으로 이어지는 7.2km 거리다.
초입에서 좌측으로 가면 계곡을 건넌다. 처음부터 능선삼거리까지는 가파른 길이라 힘이 많이 든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 옥녀봉이 머리 부분만 모습을 드러낸 오른쪽 방향으로 간다. 모습이 제각각인 바위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어 지명에 사연이 있을만한 옥녀봉(383m)에서 광안대교가 가깝게 보인다.
옥녀봉에서 내려서면 가까운 곳에 체육공원이 있다. 장산의 등산로는 다양하게 열려있다. 장산은 5-6부 능선에 산허리를 한 바퀴 도는 너덜길 등산로가 있어 주변의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행지다. 민둥산을 닮은 풍경이 제법 그럴듯한 중봉에 올라서면 바로 앞에서 장산이 내려다보고 있다.
장산의 정상을 군부대의 철조망이 막아선다. 장산의 좋은 점은 산과 바다의 경치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이 634m를 알리는 표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광안리 불꽃축제를 여기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부산을 대표하는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대교 등 해운대 일대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멋진 풍경을 오랫동안 즐기고 싶어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장산의 지명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정상에서 아래편 능선의 편안한 오솔길을 걸으며 해운대의 바다풍경을 구경한다. 억새밭이 나올 때까지 한참을 군부대의 출입을 막는 철조망을 따라 산길이 이어진다. 이곳을 걷다보면 예전 지뢰지대였음을 알리는 안내문을 만나고 수시로 위험지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와 처음 찾은 사람들을 겁먹게 한다. 억새밭은 그리 넓지는 않으나 억새들이 빽빽하게 들어차있어 제법 운치가 난다.
산 중턱에서 일제강점기 항일무장독립운동단체 '북로군정서'의 중대장으로 만주와 러시아 일대에서 활동하고, 광복 후 육사에 편입해 6·25전쟁 때는 육군 연대장으로 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강근호 지사의 기념관이 있는 모정원을 만난다. 모정원에서 가까운 산기슭에 작은 바위들이 위에서 아래로 비탈을 이루며 이색적인 풍경을 만든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이것이 정상부의 암반에서 떨어져 나와 비탈면에 돌무더기를 만든 너덜겅(돌서렁)이다. 이곳에 지금부터 2300년 전 씨족끼리 형성된 장산국이 자연숭배사상에서 천신과 산신에게 제천의식을 올리던 천제단이 있다. 산림욕장 체육광장에서 사각정자 심우정도 만난다.
장산계곡과 구곡계곡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체육공원 아래편에 ‘물이 바위에 부딪혀 휘날리는 모습이 마치 물보라가 구름처럼 피어나는 것 같다’는 양운폭포가 있다. 폭포에서 쏟아져 내린 물이 머무는 물웅덩이 가마소는 가마솥처럼 생겼는데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길을 따라 내려가면 아담한 사찰 폭포사를 만난다.
폭포사에서 10여분 내려오면 대천공원 입구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때도 많다. 산책 나왔던 노인분이 배낭에 매달린 꼬리표를 보고 좋은데 두고 왜 여기까지 왔느냐고 묻는다. 대천공원의 인공호수가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멋지다.
예정시간보다 조금 빠른 3시 15분경 대변항으로 향한다. 지난 11월 23일에도 다녀간 곳이라 항구의 풍경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멸치회를 먹은 후 신암 앞에서 대변항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죽도는 물론 서암 앞에서 한눈에 바라보이는 젖병등대, 차전놀이등대, 월드컵등대, 장승등대를 구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