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14일'제2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14~2018)'을 발표했다. 92개 추진과제가 담긴 이 계획은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계와 전문가들이 총의를 모아 내놓은 5년 뒤 우리나라 도서관의 청사진이다. 국민이 생활권에서 도서관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도서관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시설, 장서, 전문 인력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위 계획에는 매년 50여개의 공공도서관을 증설해 828개관(2012년)에서 1100개관(2018년)으로 늘리고, 국민 1인당 공공도서관 장서는 1.53권에서 2.5권으로, 사서는 1관당 4.2명에서 6명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되어도 주요 선진국들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수준이다. 자료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의 국내 도서 구입비는 국민 1인당 연간 1000원이 채 안 되어 주요 선진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또 전국의 작은 도서관 가운데 36%는 직원조차 없고, 연간 운영예산 100만원 미만도 28%나 된다.(한겨레신문 2014.1.24. 참고)
위에서 인용한 자료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독서 환경이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지 알만하다. 한 국가의 도서관 접근 환경의 용이성은 무상급식 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보다 더 앞선 가치여야 한다. 사람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책의 위대함은 밥보다 더 중요하므로! 책을 읽지 않는 나라, 학습 참고서보다 책이 팔리지 않는 나라, 도서관은 있되 상시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도서관의 모습에서 미래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까? 인력 배치는 예산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필자는 학교를 옮길 때마다 도서관 업무를 맡아온 지 오래 되었다. 본인이 독서 지도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들어오는 어린이 신문이나 어린이 잡지를 학급 별로 배분해 주는 자잘한 일부터 도서 구입이나 독서 행사, 아침독서지도는 필수 업무다. 보람을 느끼는 일도 있지만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좋은 시설을 갖추고 학교 예산의 4%를 학년 별 담임선생님들이 고심 끝에 좋은 책을 구입하여 도서관에 비치하게 된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다. 가장 보람된 일은 도서 담당인 필자에게 재량권이 있어서 학년에서 꼭 필요한 책을 원하는 경우에는 수시로 책을 구입해 줄 수 있을 때이다.
그럼에도 가장 큰 애로사항은 가장 중요한 도서관 운영 인력 문제다. 사서교사가 없으니 학부모독서도우미를 활용하지만 농촌 실정에서는 그마저도 구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그 예산마저 학교 수업일수에 턱없이 부족하게 배정된다는 점이다. 아침독서시간에는 선생님들이 순번제로 들어가지만, 정작 도서 대출이나 반납 업무가 필요한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까지 도우미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해 본교에서는 교육청에서 배정된 도우미 예산이 부족하여 학교 자체 예산을 추가로 배정하여 땜질식 운영을 했다. 그나마 학교장의 독서 교육 의지가 강한 덕분이었다. 학부모도우미를 안정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문제, 수업일수 수준의 도우미 예산 지급, 도우미 수당의 현실화가 급선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서교사 배치겠지만, 차선책으로 도서관에 상주할 수 있는 인력 배치다.
필자의 생각은 학교의 중심은 도서관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투자를 많이 하고 가장 잘 관리하여 활성화 시켜야 할 곳이 도서관이다. 도서관이 학교 문화의 중심이 되었을 때 진정한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사서교사가 없는 도서관은 과장하여 말하면 산지기 집의 거문고다. 학생들이 언제든지 대출 받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서관, 한 발 더 나아가 지역민들까지 학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골 아이들에게 읍내에 하나 밖에 없는 도서관은 그림의 떡이다. 학기 중에도 학급 담임 업무와 기타 업무를 맡으며 도서관 업무를 맡고 있는 필자가 수시로 도서관을 들어가 청소나 책의 보관 상태 등을 점검하지만 일상이 될 수는 없었다.
방과후 학교 코디네이터처럼 도서관코디네이터를 배치하여 도서관이 활성화 되어서 학생들의 독서 교육이 강화되기를 희망한다. 학교마다 사서교사가 배치되는 날을 기원하지만, 그 전 단계로 조치로 도서관코디네이터의 배정을 간곡히 바라는 바이다. 면 단위 시골 학교의 도서관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지자체와 협력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다른 여타의 축제문화를 준비하는 것보다 학교 도서관을 지역 문화의 메카가 되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으면 좋겠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 도서관 접근이 어려운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국가적으로 힘든 때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에디슨을 만든 것은 도서관이었다. 링컨의 위대함은 책에서 비롯되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를 움직인 힘도 책이었다.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김대중 대통령의 위대한 정신도 책에서 비롯되었다. 유랑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희망을 심은 것은 바로 랍비들의 역사 교육열이었다. 면 단위 이하 지역 도서관이 없는 곳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시급하다. 학교마다 사서교사를 배치할 수 없다면, 최소한 대체 인력이라도 안정적으로 배치해 주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시골 학교 도서관코디네이터 배치는 교육 복지 실현을 위한 최저생계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