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봄을 알리는 입춘이다. 봄이 서는 날이다. 하지만 봄 냄새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한겨울 못지않게 춥다. 울산만 해도 오늘 아침 영하 6도의 날씨다. 이럴 때 건강관리 잘 해야 하겠다.
전영택의 ‘화수분’에서 배울 점이 있다. 화수분의 사람됨이다. 화수분은 주인을 보면 어느 때든지 그 방에서 고달픈 몸으로 밥을 먹다가도 얼른 일어나서 허리를 굽혀 절하는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우리가 창의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이 먼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이 실력이고 학력 향상이고 기술을 익힘이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다. 화수분과 같이 예의 바른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얼마 전 분당에서 지하철을 탄 적이 있다. 노인석에 한 노인께서 앉아 계시다가 더 나이가 많은 분이 올라오니 자리를 양보하였다. 아직도 어른들은 우리의 아름다운 예의범절을 지니고 계셨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이런 교육은 반드시 시켜야 할 것 같다.
‘화수분’에서 배울 점은 형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형이 시골에서 일하다가 발을 다쳐서 일을 못하고 누워 있기 때문에, 굶어죽을 형편이니 내려오라고 하니 두말도 하지 않고 시골에 내려갔다. 추수나 해주고 오겠다고 했는데 일주일이고 보름이고 한 달이 되어도 오지 않았다. 자기 집도 먹을 것이 없어서 어려운 형편이다. 큰 딸은 남의 집에 보낼 정도다. 그런데도 형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해 자신을 희생하고 가정을 희생하였다. 형제를 사랑하고 형제우애를 지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싶다.
또 하나 배울 점은 가난한 가운데서도 사랑하는 마음이다. 남편의 소식도 없고 어린애가 있어서 다른 일도 할 수 없고 다리병이 있어 다리를 잘 못쓰고, 더구나 손가락을 다쳐 일을 하지 못하는 그런 형편이다. 그런데도 남편이 가 있는 시골에 가서 살 각오를 하고 시골을 가기로 하였다. 보통 마음으로는 갈 수 없다. 아내의 걸음걸이로 일찍 집을 떠나도 이틀이나 걸어야 하는 거리다. 그래도 어린애를 업고 고향을 향해 떠나는 아내의 마음이 아름답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이는 아내밖에 없다. 오늘처럼 날씨가 매우 추워 아내와 어린애가 어떻게 지내나 싶어 아내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다. 남편의 걸음으로도 꼭 하루가 걸린다. 서로를 걱정해서 남편을, 아내를 만나기 위해서 떠나는 그들의 사랑의 마음을 배울 만하다.
형편이 좋으면 사랑하고 형편이 어려우면 사랑하지 않으면 진정 사랑이라 할 수 없다. 이들에게서 배우는 사랑 속에는 희생이 묻어있다. 희생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 같다. 어떤 형편에 처해도 늘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는 교육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 싶다.
또 하나 배울 점은 주인의 작은 사랑이다. 그들에게는 지금 입고 있는 단벌 홑옷과 족만 남비 하나밖에 아무것도 없다. 세간도 없고, 물론 입을 옷도 없고, 덮을 이부자리도 없고, 밥 담아 먹을 그릇도 없고 밥 먹을 숟가락 한 개가 없다. 이럴 때 밥은 주인집에서 내어간 사발과 숟가락으로 먹는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작은 배려이지만 그들에게는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작은 정성과 배려가 어려운 사람을 살리는 힘이 된다.
교육은 사랑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학생들을 잘 길러낼 수 있다. 건강한 학생으로 성장하게 할 수 있다. 힘들 때 사랑을 베풀면 그 사랑은 오래간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큰 힘을 발휘한다. 또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동료 선생님이나 직원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어려울 때 조그만 힘을 보태면 그게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작년에 한 직원 중 화재로 인해 어려움을 당했을 때 교직원들과 학생들의 작은 정성과 배려가 큰 힘이 된 것을 보았다.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시키지 않아도 학교 안팎을 관리하게 되고 시설물에 대한 관심도 가지게 된다. 학교가 산 중턱에 있어 가끔 물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관계되는 직원들은 밤을 새운다. 이런 게 학교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