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육정보담당자협의회' 카페에 올라온 '진정한 수기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글과 댓글이 NEIS와 수기를 둘러싼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가늠케 한다.
"OMR카드 사용하지 않는다. 답안지 양식 만든다. 손으로 채점한다. 빨간색연필로... 손으로 점수 입력하고 반영비율 계산기로 계산한다. 석차 눈으로 확인해서 나열한다. 손목 아파진다. 눈 빨개진다. 머리 혼란해진다....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소리들을 일없다"
"계산기? 암산으로 해야 하고, 머리 속에 기억된 내용은 맨인블랙에 나오는 기억제거기(섬광)로 지운다. 기억제거기로도 기억이 전이될지 모르므로 기억제거기도 파쇄하고, 파쇄한 근거를 로그로 남긴다. 로그가 남으면 파쇄한 기억제거기를 다시 재생할 수 있으므로, 로그를 인권위원회에
제소한다"
"차라리 손으로 쓰겠다?"
지난 1일 교육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재시행 여부가 확정되는 연말까지 수기를 중심으로 하되 각 학교 사정에 따라 NEIS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개별컴퓨터(SA)도 사용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린 뒤 대부분의 학교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NEIS를 채택하고 있지만 교내 분란 등을 우려, 수기를 선택하고 있는 학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조사 됐다.
'다음'에 개설된 정보교사들의 모임 '전국교육정보담당자협의회' 카페는 최근 '수기, SA, CS, NEIS로 하는 학교'라는 별도 게시판을 개설했다. 19일까지 등록된 학교를 살펴보면 수기 22개, SA 2개, CS 3개, NEIS 110개교에 달하고 있다. 또 16일 시도교육청별 중간집계를 보면 전국평균 NEIS 78%인 가운데 울산이 수기 23%, 충남 19%, 경북 9% 등으로 수기 선택이 10%선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CS가 아닌 수기로의 복귀가 오히려 많은 이유를 정보화 교사들은 "CS가 문제가 많은 데다 CS복귀에 대해 교육부가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가 수기를 택하는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기S정보산업고의 경우 43(수기)대 30(NEIS)으로 수기를, 강원S여고도 32(수기)대 30(NEIS)으로 수기 방식을 채택했다. 경기S중의 경우 교사 48명 중 정보담당교사 1명만 제외한 모든 교사들이 찬성, 수기로 결정했다. 성적처리부터 수기로 하기로 결정한 경기S정보산업고의 정보담당 교사는 "이렇게되면 3학년도 학생부 관련 업무를 제외하고는 학적만 나이스 상에서 해야한다"며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대구 O고교의 정보화담당 교사는 "기존 CS서버와 NEIS의 데이터는 모두 지우기로 했다"며 "학년말이든 12월이든 전산화가 되더라도 수기로 입력하겠다는 각오로 결정했으니 데이터를 지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담임선생님이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고 손으로 통계처리하고 원서작성도 할테니 정보화 교사는 이제 편히 쉴 일만 남았다"며 자조했다.
한편 전교조는 NEIS를 시행하는 학교가 많은 것은 "상당수 학교장의 일방적 결정에 의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자체 파악됐다"며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끝까지 NEIS 입력을 거부하고 학교장에 대해 고발과 함께 인권침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