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오월의 중순이다. 마침 내린 촐촐한 비로 나무는 더 푸르고 윤이 난다. 아까시 나무의 꽃송이가 물을 머금고 축 늘어져 있다. 바람이 건듯 불었는지 누른빛을 띤 보리밭이 쓰러져 있다. 해가 없는 탓에 자주달개비꽃의 아름다운 모습이 오전 내내 보인다.
월요일, 조용헌의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을 읽었다. 짧은 칼럼들을 모아놓은 책이기에 후루룩 국수를 말아먹듯이 잘 읽힌다. 상쾌 통쾌 즐겁다. 조용헌 선생은 조선일보에 조용헌 칼럼을 연재하고 있어, 수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의 박학다식에 강호를 두루 섭렵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그의 책에도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경지에 이른 듯한 표현이 눈에 띈다.
인상 깊은 구절 하나
"마음은 무엇입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몸입니다."
"몸은 무엇입니까?"
"보이는 마음입니다."
요즘 내가 침잠하는 몸에 대한 생각이 다시 드러나 보여 좋다. 평소 명리학에 관심을 가져서 그가 보여주는 사물의 편린이 즐겁게 그리고 깊게 다가온다. 사대부 집안에서 가장 선호하는 봉우리가 있다. 바로 문필봉이다. 봉우리 모양이 붓처럼 뾰족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가문에 대학자가 나오려면 집앞이나 묏자리에 문필봉이 보여야 한다고 믿었다.
이 문필봉에는 개인적으로 작은 이야기가 있다. 집안의 묘소에 문필봉이 보이는 곳에 묏자리를 잡은 어른이 계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친척 중에 유난히 교사가 많다. 어르신 말씀으로는 이 문필봉의 덕이라고 말씀 하신다.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꼭 올해는 이 어른의 묘소를 다녀오리라 생각한다. 올해 글과 관련하여 준비하는 것도 있고 해서 문필봉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 일 것이다. 조상님께 절 한 번 하고 잔 한 잔 드리고 오면 어쩌면 그 마음으로 더 열심히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운 월요일 동양학을 읽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