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햇볕이 내리쬐는 사막 한복판에서 낡은 트럭을 끌고 가던 한 젊은이가 허름한 차림의 노인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힘들어 보이시는데 타시죠!” “고맙소, 젊은이! 라스베이거스까지 태워 줄 수 있겠소?” 젊은이와 노인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노인의 목적지인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부랑자 노인이라고 생각한 젊은이는 주머니를 뒤져 25센트를 노인에게 주면서 말했다. “영감님, 차비에 보태세요. 몸조심하시고요” “참 친절한 젊은이구먼. 명암 있으면 한 장 주게나.” 젊은이는 무심코 명암을 건네주었다. “멜빈 다마! 이 신세는 꼭 갚겠네. 나는 하워드 휴즈라고 하네.”
얼마의 세월이 지나 이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렸을 무렵 기상천외한 사건이 벌어졌다. <세계적인 부호 하워드 휴즈 사망> 이런 기사와 함께 유언장이 공개되었는데, 하워드 휴즈가 남긴 유산의 16분의1을 멜빈 다마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이었다. 멜빈 다마란 사람이 누구인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유언장 이면에 멜빈 다마는 하워드 휴즈가 일생 동안 살아오면서 만났던 가장 친절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친절한 사람! 이것이 유산을 남겨주는 유일한 이유였다. 하워드 휴즈의 유산 총액이 25억 달러 정도였으니 유산의 16분의 1은 1억 5000달러, 우리 돈으로 2000억원 가량이었다. 무심코 베푼 25센트가 6억 배가 되어 되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워드 휴즈의 유산 중에서
각박한 세상을 닮은 아이들
우리 반의 학급 구호는 "예쁘게"입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점심 식사를 하기 전에, 단체 모임 등에서 습관이 되도록 하는 구호랍니다. 선생님이 "1학년" 하면 아이들은 "예쁘게" 하고 외칩니다. 제가 학급 구호를 예쁘게로 정한 것은 저의 교육목표이기도 합니다.
그 예쁘게 속에는 '마음씨, 말씨, 몸씨'를 예쁘게 하자는 깊은 뜻을 담았습니다. 1학년 아이들의 특징은 순진하고 귀엽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이즈음의 아이들은 각박한 세상을 닮아가는지 아이들도 각박합니다. 친구에게 친절한 말을 하거나 성질 부리지 않고 말하는 아이들을 찾기 어렵습니다.
글자 익히기나 숫자 공부를 가르치는 게 힘든 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에서 늘 큰소리로 말하고 친구에게 화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그걸 순화시키는 게 힘듭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 가만히 있으면 짓밟히는 세상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남들보다 강한 사람, 억지를 부려서라도 자신을 합리화 하는 게 상책이라는 걸 아이들도 알아 버린 것 같아 서글픕니다.
이젠 8살 먹은 1학년 아이들도 적당하 거짓말을 하고 둘러대는 걸 부끄러워 하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야 꼬리를 내리는 어른들의 잘못된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고 듣고 자란 탓입니다. 금방 드러날 거짓말도 아무렇지 않게 둘러대는 1학년 아이에게 친절을 가르치는 건 정말 힘들었습니다.
기다리고 다듬으며
글자를 모르는 짝에게 받아쓰기 공책을 감추지 않고 보여줄 수 있는 아량을 배우게 하고, '바보, 멍청이' 소리를 못하게 하는데 석달이나 걸렸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순서가 되어야 발표를 할 수 있으니, 아는 것이 있어도 참고 기다려 주는 아이들이 되어 저를 기쁘게 합니다.
난독증 아이, 주의산만형 아이,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안고 가슴에 화가 쌓여서 늘 소리지르고 울어버리는 아이, 친구에게 양보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아이, 무엇이든 이기려고 늘 시비 거는 아이. 고집불통인 아이, 필통은 아예 챙기지 않고 날마다 친구 물건을 제것처럼 쓰는 아이들을 하나씩 다듬어 주다 보니 벌써 1학기가 다 갔습니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그 모든 일들이 모두 어른들 탓이란 걸 알기에 마음이 더 아팠던 시간이었습니다. 전문상담사를 연결해 주고, 날마다 습관처럼 정리정돈을 시키고 타이르고 어르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도 흘리게 했습니다. 이제는 글 모르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책을 읽어주며 어울리는 모습, "미안해" "고마워"를 입에 달고 사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너무 힘들어 몸져 눕기도 하고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던 지난 시간을 잘 견딘 나에게도 위로를 보냅니다. 잘 견디고 따라 와준 예쁜 아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도서관에서 만나 웃으며 목례를 건네는 사랑스런 우리 반 아이들, 사물함 속, 책상 속을 날마다 깨끗이 정리하는 귀여운 모습은 계속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방과후학교에 저녁돌봄까지 마치면 7시에 하교하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잘 견뎌준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