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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보신탕에 대한 추억

오늘이 말복이다. 우리 조상들은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몸을 보호하는 것을 택했다. 평상 시 영양부실을 복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면서 몸의 기운을 살렸던 것이다. 그래서 보신탕이나 삼계탕 등을 즐겨 먹었다.

보신탕에 대한 추억이라 제목을 붙이니 독자들은 내가 보신탕을 즐겨 먹는 줄 알겠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필자는 보신탕을 먹지 못한다. 아예 입에 대지 않는다. 무슨 종교 때문도 아니고 동물 애호가도 아니다. 그저 그렇게 습관화가 되었을 뿐이다.

태어나서 개고기를 처음 먹어 본 적이 있다. 대학 1학년, 1975년이니 지금으로부터 39년전이다. 대학생활 학군단 생활 중 여름방학 입영을 하여 군사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옆방에 사는 형뻘 되는 분이 장도식을 해 준단다. 마치 입영 전야처럼 말이다. 나는 학교생활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때 음식점에서 개고기를 처음 먹어 보았다. 독특한 맛은 모르고 그냥 쇠고기 같았다. 그러나 소주와 함께 했는데 술을 이겨내지 못한 나는 모든 음식을 토하고 말았다. 몸이 이겨내지 못하니 길거리에 음식을 토한 것이다. 그 날 먹은 음식은 몸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1970년대 후반 초임지 학교 근무 시절. 교직원 중 학교 기사분이 있었다. 학교 내 사택에 거주하였는데 어느 날 기르던 검둥이 개를 잡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동물의 숨을 끊고 털을 끄슬그고 칼로 고기를 자르는 장면은 차마 볼 수 없었다.

1980 초반 스카우트 지도자 시절. 스카우트 활동을 도와주는 외부인이 있었다. 지도자들과 친해 허물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 분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식사를 하는데 보신탕팀과 삼계탕팀이 있었다. 물론 필자는 삼계탕을 먹었다.

그 분, 우리가 있는 곳에 와서는 이렇게 말한다. “개고기 먹는 사람이 사람인가요?” 그러면서 삼계탕 고기 한 점을 드신다. 보신탕팀에 가서는 “개고기 못 먹는 사람, 사람인가요?” 그 분에게서 처세술을 한 수 배운다.

1988년 우리나라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 개고기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비판이 많았다. 그래서 음식점들이 골목길로 숨어들고 보신탕 이름도 사철탕, 영양탕으로 바꾸어 불렀다. 마치 개고기를 먹는 국민은 문화국민이 아니 미개한 국민으로 치부되었다.

그 당시 반론도 많았다. 개고기를 문화의 우열로 볼 것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로 보자는 것이다. 우리 고유의 전래되어 내려온 소중한 음식이라는 것이다. 개고기를 먹지 말자면 다른 동물의 고기도 먹지 말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오늘 말복날. 세상이 많이도 변했다. 신문 기사 제목이 “복날 달라진 ‘개’ 팔자”다. 강아지들이 4만원에서 12만원 정도의 영양제를 맡고 있다는 소식이다. 과연 ‘개팔자가 상팔자’이다. 무더위를 이겨내라는 주인의 보살핌이다. 주인은 영양제를 안 맞더라도 기르는 강아지에게만은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애완견이 아니라 반려견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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