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한다. 우리집에서도 그게 통했다. 걸어서 5분이면 통학할 집을 놓아두고 서울에서 자취하는 아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우리 아파트에서 일월저수지만 지나면 아들이 다니는 성균관대학교이다. 빨리 걸어서 5분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살면서 통학을 하는 아들이다.
"정말 복에 겨워서 그런 거지! 일부러 고생을 사서 하네." 처음 서을로 이사갈 때 나 혼자서 중얼거린 말이다. 아들 이야기로는 출생부터 지금까지 수원을 벗어나지 못해 시야가 좁다고 했다. 아는 지인은 "수원에서 대학 다니는 학생들 로망이 서울에서 통학하는 거래요"라고 말한다.
작년 11월 군대 제대하고 자취를 하였으니 무려 10개월이다. 월세 비용은 온전히 부모 몫이다. 월세 40만원 이외에 관리비 5만원도 매달 입금해야 한다. 그러나 자식이 자취를 통해서 인간적 성숙을 한다면 억지로 말릴 수도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성취하게 도와 주어야 한다.
아들의 목표는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해 교환학생 자격을 갖는 것이다. 또 컴퓨터 학원도 다녔다. 학원비도 부모가 대야 한다. 아르바이트도 했다. 부모 마음은 과외인데 몸으로 때우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적은 시간을 투자해 고소득을 얻는 것을 해야 하는데 막노동이다. 그래도 부모는 참고 기다린다.
월세 계약은 2년인데 본인이 부담을 느꼈는지 조기 귀환이다. 갈 때 이삿짐은 자가용 한 대였는데 올 때는 이삿짐이 늘었다. 자취살림을 전입자에게 싸게 팔아 이삿짐을 줄였는데도 그렇다. 아들 이사에 부모가 함께 해야 한다. 그러면서 자식과 가까와지는 것이다.
필자 나이 50대 후반. 어찌된 일인지 지난 1학기간 가족이 뿔뿔이 헤어져서 생활하는 경험을 했다. 아들과 딸은 서울에서 자취생활. 필자는 의정부 관사생활. 아내가 혼자서 수원집을 지킨다. 그 만치 살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편한 점도 있지만 가족간 정 쌓기에 지장이 있다.
말이 자취생활이지 아침과 저녁 식사를 해결하려면 장을 보아야 한다. 요리를 하려면 기본 식재료와 취사 도구가 다 있어야 한다. 다행히 군대에서 취사를 익혔다고 했지만 부모 마음은 하루 세 끼 꼬박 챙겨먹기를 바란다. 자식들은 젊다고 끼니 거르기를 예사로 한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젊었을 때 잘 먹어야 한다.
아들 짐이 우리 아파트 거실에 들어찼다. 아들은 자기방 도배와 장판을 새롭게 하려 한다. 자기 방을 자기식대로 꾸미겠다는 것이다. 부모가 볼 때는 그냥 살면서 학업에 몰두하기를 바라는데 아들은 방 분위기와 가구 배치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려든다. 그래야 공부가 잘 돤다고 말한다.
아들의 언행을 보니 이미 정신적으로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했다. 다만 부모는 그 뒷치다거리를 해 주어야 한다. 부모가 돈 쌓아두어야 무엇하나? 자식을 위해서 써야 한다. 그러나 자식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스스로 독립을 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늦추려 한다.
아들이 아파트에 합류하니 생활에 활기가 돈다. 식사 시간도 함께 하니 정말 가족 같다. 아내가 조리한 반찬도 푹푹 줄어든다. 한 핏줄이라도 함께 살아야 정이 든다. 자식이 가까이 있으니 부모 역할도 생각해야 한다. 가정교육은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부모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 아들, 10개월 자취생할에서 무엇을 얻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