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가 바뀐 한반도 지형의 가을철 모습이 궁금했다. 11월 4일, 지인들과 한반도 지형이 보이는 둔주봉에 다녀오기로 했다. 가까운 길이 있지만 금강휴게소에서 안남면에 이르는 금강의 물길을 드라이브하기 위해 차를 몰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
금강휴게소는 양방향 차량 모두 이용이 가능하고 IC와 같이 붙어 있어 회차가 가능하다. 물이 적을 때는 휴게소에서 계단을 통해 강가로 내려가 잠수교 구실을 하는 금강 소수력발전소 댐을 건널 수도 있다. 금강휴게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금강유원지는 경치가 아름답고 공기가 맑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금강IC를 빠져나와 안남면 방향으로 575번 지방도로를 달리면 금강의 물줄기에 멋진 풍경들을 많이 만난다. 옛집이든 새로 건축한 집이든 물과 산으로 둘러싸여 여유와 낭만이 느껴진다. 홍시를 주렁주렁 매단 감나무는 아직 변하지 않은 농촌의 인심을 대변한다.
안남면 소재지인 연주리에 해발 384m에 불과하지만 한반도가 내려다보이는 둔주봉이 있다. 안남초등학교에서 바라본 둔주봉과 안남면사무소 앞 탑신당도 볼거리다. 한반도를 보려면 등산로 입구인 안남초등학교 옆길을 따라 점촌고개까지 간다. 이곳에서 800여m 거리의 전망대까지 솔향기가 물씬 풍겨 제법 운치가 있는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등산로가 넓고 평탄해 누구나 산책하듯 편히 오를 수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건축된 전망대 정자는 물굽이와 한반도 지형이 만든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하기에 좋은 쉼터다. 정자에 올라 아래를 바라보면 금강의 물길이 U자를 만들며 휘돌아나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강 건너편으로 물길 안에 갇힌 땅이 영락없는 한반도의 모습이다. 물론 영월 선암마을에서 바라보는 서강의 물길이 만든 한반도의 모습과는 다르다. 둔주봉은 경상도와 강원도는 왼쪽․전라도와 충청도는 오른쪽, 부산은 왼쪽․ 목포는 오른쪽에 위치하도록 한반도의 좌우를 바꾸며 기막힌 반전을 보여준다.
둔주봉 정상은 전망대에서 가파른 산길을 800여m쯤 더 올라가야 한다. 정상까지 떡갈나무 숲길이 이어져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와 함께한다. 이곳은 S자를 그리며 흘러가는 주변의 물줄기와 산봉우리들이 다 내려다보일 만큼 조망이 좋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대청호가 만든 물굽이와 산봉우리들이 아름답다. 정상석은 옛 이름 되찾기 차원에서 초계주씨의 족보에 기록되어 있는 등주봉(燈舟峯)으로 표기되어 있다. 정상을 넘어 피실로 가거나 정상 아래편에서 독락정으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있다.
둔주봉에서 내려와 안남초등학교에서 1㎞ 거리에 있는 독락정(충북문화재자료 제23호)으로 향한다. 독락정은 절충장군중추부사를 지낸 주몽득이 1607년에 세운 팔작지붕 목조기와집으로 처음에는 정자로 지었지만 후에 유생들이 학문을 닦고 연구하는 서원 구실을 하였다.
정자에 1668년 당시 군수였던 심후의 ‘독락정(獨樂亭)’ 현판이 걸려 있고, 뒤쪽의 둔주봉은 바위산이 병풍처럼 솟아 있으며, 앞쪽의 물줄기와 산줄기가 용이 춤을 추며 승천하는 형상이라 선비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독락정 앞 냇가에서 물길 건너편을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물길 건너편의 풍경이 뒤편의 둔주봉에서 바라본 동서가 바뀐 한반도지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