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행보가 갈수록 우려스럽다. 9시등교제 추진에 이어 이번에는 교장, 교감도 수업을 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단서는 달았다. 강제로 추진하기 위해 공문을 보내지는 않겠지만 취지를 이해하고 교장, 교감이 수업에 참여할 것으로 믿는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공문으로 교장, 교감의 수업을 강행하면 자발적인 수업참여가 되지 않고 강제적인 수업참여가 되기 때문에 교장, 교감에게 맡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가 구체화된다면 교장, 교감들에게 주어지는 압박감은 그 어떤 문제보다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타 시도에도 여파가 그대로 전파될 수 있다. 9시등교제 처럼 교육적 효과가 검증되기도 전에 일선학교 교장, 교감들이 교육감의 정책추진에 의해 억지로 수업에 참여할 수도 있다. 교장, 교감의 원래 직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 본인도 대학총장시절 수업을 했었는데 왜 교장, 교감의 수업이 안되느냐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법적인 문제도 전혀 없다는 주장도 했다고 한다. 물론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는 '교장은 교무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서 학생을 교육한다고 되어 있으니 수업을 해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 곧 수업을 의미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수업외에도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수업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교장, 교감이 수업을 하라면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에 비춰볼때 교장, 교감이 수업을 한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구나 교감도 아닌 교장이 수업을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맞지 않다고 본다. 교장의 수업 생각을 가진 국민들 역시 많지 않다고 본다. 전통을 무시할 만큼 우리나라가 잘못 가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교장은 그 지역의 유지였다. 시골 동네의 경우는 교장선생님이 학교에서 역할은 물론 동네에서의 역할도 매우 컸다. 지식인으로서 동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도 했다. 한마디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였다.
필자가 중학교 다닐때 교감선생님에게 한문교과를 배운 적은 있다. 그 시대에 어떻게 해서 교감선생님이 수업을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 교감선생님이 수업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교장 교감의 업무가 많아서 수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교장 교감이 학교에서 상징적인 의미는 그 무엇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업참여에 반대하는 것이다.
교장 교감이 수업에 참여한다고 해서 당장에 학교가 어려워지거나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어져온 전통이나 상징성을 무너뜨리기 쉽지 않은 것이 교직은 물론 국민 정서인 것이다. 당연히 이 문제는 거둬들여야 한다. '하라면 하겠지...'라는 생각을 가져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이다.
끝으로 교장, 교감의 수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 그동안 교장, 교감으로 재직했거나 현재 재직중인 교장, 교감들도 반성을 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즉 외부나 내부에서 교장 교감의 근무자세와 관련하여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이 필요하다. 물론 대부분의 교장, 교감들은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하고 자신들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이긴 하지만 교장, 교감이 된 이후로는 교육적 열정이 사라지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다. 교감들 사이에서는 교감이 되면 수업과 업무 고통에서 해방된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교감이 되면 좀더 편해보고자 하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도 일부 교감들의 이야기이다. 초중등 교육경력이 없거나 거의 없는 교육감들이 볼때는 교장 교감이 별로 하는 일이 없다고 오인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어야 한다.
이들 교육감들에게 교장 교감이 어떻게 비춰졌기에 수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교장 교감의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향후에는 교장 교감에 대한 그 어떤 이야기도 나올 수 없도록 하자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런 일련의 인식으로 인해 이재정 교육감이 교장, 교감의 수업을 들고 나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더라도 교장, 교감의 수업을 추진한다면 진보진영의 상징처럼 되어온 '합의에 의한 정책추진'에 9시 등교제에 이어 또하나의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들이 항상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독단적인 추진'을 그들이 스스로 깨게 되는 것이다. 모든 정책 추진에 순서가 있듯이 교장, 교감의 수업추진도 순서에 따라 의견수렴을 한 후 심도있는 논의 후에 결정 되어야 옳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