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예방을 그렇게 강조하건만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새해 들어 의정부와 양주, 남양주에서 일어난 화재사고가 뉴스로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자식을 둔 부모 마음으로 객지에 있는 딸 아이 걱정이 크다. 이게 바로 부모 마음일 것이다.
뉴스를 보니 새해 들어 잇따르는 고층 아파트 화재로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기북부에서만 나흘 사이 잇단 아파트 화재가 발생했다. 새해 초 화마(火魔)가 경기북부지역 도시들을 덮쳐 6명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134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11명은 위독하다는 소식이다. 또 많은 사람이 이재민이 돼 임시 수용소에서 막막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0일 발생한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 화재로 4명이 숨지고 124명이 다쳤다. 사상자들은 대부분 건물 안에 들어찬 유독가스를 흡입하거나 고층에서 뛰어내리다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불은 외벽을 타고 인근 건물로 확산해 10층과 15층짜리 건물 등 3개 동을 태우는 장면을 보니 화마의 무서움이 크게 전해진다.
경기도 양주시 삼숭동 한 아파트 4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장애인 황모(23)씨와 황씨의 누나(28)가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의 한 20층짜리 아파트 10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아파트 고층에 사는 주민 22명은 옥상으로 대피했다가 119 구조대의 도움으로 모두 무사히 내려왔다.
오늘 아침에 기상하니 아내가 말한다. “여보 어제 밤에 문자가 왔네!” 딸 아이가 아프다는 소식이다. 필자의 딸은 대학생으로서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얼마나 아프면 부모에게 구조 신호를 보낼까? 부모 마음이 다급해진다.
아침 식사를 뒤로 미루고 서울로 향했다. 1시간 후 딸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모양이 아파트이지 도시형생활주택이다. 다행히 의정부와는 다르게 외벽이 불연재다. 그 전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화재사고로 아파트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
복도를 보니 세대 당 1대씩 출입문에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다. 소화기는 화재 발생 시 초기진압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소화기 사용법은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작동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아는 것을 행할 수 있어야 한다.
엘리베이터쪽으로 가니 벽에 설치된 소화전이 보인다. 대형 건물이라면 소화전이 있다. 소화기로 진압할 수 없는 정도의 화재라면 소화전을 이용해야 한다. 화재 작동 스위치도 보인다. 소화전에서 소방호수를 끌어내고 소방작전에 돌입하려면 최소한 두 명 이상이 필요하다.
창가 쪽으로 가니 완강기(緩降機)가 보인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천천히 내려가게 하는 기계다. 이것은 인명 사고를 막기 위한 피난도구다. 건물 화재 시 계단이나 옥상으로 대피할 수 없을 때 지상으로 탈출할 수 있는 도르래 모양의 기구다. 3층 이상 10층 이하의 숙박시설 및 다중이용업소 등에서 필히 설치해야 하는 기구인 것이다.
완강기 사용법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완강기 부속함 뚜껑도 열어보았다. 제품에 제시된 순서대로 완강기를 조작하고 실행에 옮긴다면 탈출이 가능하다. 다만 벽면에 부착된 지지대가 튼튼하게 고착되어야 하고 팔 아래에 찬 안전벨트를 고정시켜야 추락 위험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