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을 넘기고 이월로 접어들자 양지바른 언덕에 푸름이 묻어난다. 봄은 지각은 하지만 결석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겨울과 봄의 교차점 이월에 농촌 면 단위 전교생 서른 남짓 학교에 다섯 명의 졸업식이 있었다. 몇 년 전 읍내의 학교에 근무할 때 졸업식장을 가득 메운 학부모와 졸업생 재학생을 보는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썰렁한 공간에서 웅성거리는 와글거리는 졸업식에 대한 향수를 찾기란 어려웠다.
시골 학교의 졸업식을 보며 다가오는 걱정은 해마다 줄어드는 졸업생 수와 입학생 수이다. 이는 줄어드는 학생 수와 맞물려 복식학급으로 운영되다 머지않아 통폐합으로 폐교될 날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을 몰고 온다. 학교는 한 지역의 구심점이며 희망과 꿈, 어울림을 만드는 장소이다. 졸업식을 지켜보며 문득 1990년대 후반 통폐합을 앞둔 분교장 근무 시절의 졸업식 모습을 떠올려 본다. 선생님들은 복식수업 진행하랴 행정업무 보랴 바쁜 나날이었지만, 모두가 가족과 같은 분위기는 숨소리 하나로 배움이 일어나는 때였다.
분교장에서 마지막 졸업식을 준비하는 느낌은 착잡하고 우울했다. 칸막이를 뜯어 두 교실을 식장으로 꾸몄다. 그렇게 해맑고 웃음 많던 아이들도 폐교되는 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이란 말에 어둠이 묻어났다. 학교장의 회고사가 끝나고 송사가 이어질 때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 선생님 모두 눈시울을 적셨다. 지난해 졸업식만 해도 눈물 흘리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는데 막상 학교가 없어지고 통학버스를 타고 멀리 떨어진 본교로 간다고 하니 어린 동심에도 서운함이 물꼬를 뜨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의 눈물을 보면서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때 담임인 나의 눈가도 붉어졌다. 좀 더 학생이 많은 곳에서 시설이 좋은 곳에서 공부할 수 있다고 위로를 하였지만 줄어드는 학생 수와 경제성이란 잣대로 일관하는 통폐합 정책이 아쉽기만 하였다.
그런데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경남권 뉴스에서 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로 인한 취학 연령 학생의 감소로 올해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9개에 이를 전망이며 입학생이 1명인 학교가 6개교, 2명인 학교도 11개교에 이를 것으로 조사돼 초등학생 수의 감소 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보도됐다. 또한, 1월 25일을 기준으로 잡은 올해 경남 전체 초등학교 총 학생 예상 수치는 26만 5천101명이며, 이는 지난해의 27만 353명에 비해 5천 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1, 2월생 학생들의 취학 포기가 이어질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3월에 입학하는 학생 수는 더 줄어들 전망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에서는 “전반적인 출산율 저하와 경남도 인구의 외부 유출로 인해 점점 취학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규모 학교 통폐합 등을 통해 이에 맞는 교육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남해군의 상황은 어떠한가? 2014년 9월 집계된 자료에 의하면 군내 초등학교 학급수는 111학급 1,536명 이었고 2015학년도는 107학급 1,474명 나아가 2019학년도에는 98학급 1,327명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런 현실을 접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입학생 수 감소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처방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학생 수의 감소는 출산율과 연계된다. 요즘 젊은 층의 결혼관은 예전과는 너무 다르다. 결혼에 대하여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은 희박하다. 2013년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8.6명이었다. 이는 아이를 낳더라도 육아비용, 양육비용, 교육비용 등 경제적 부담과 취업여성의 증가, 편하게 살면 된다는 이기심 등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내재하여 있다. 하지만 여러 원인이 있어도 아이를 낳아 마음 놓고 기를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출생률 저하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급부로 등장한 것이 당장 2015학년도부터 무상급식이 중단될 상황에 봉착해 있으며,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실에서 중산층과 저 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삼월이 시작된다. 곧이어 시업식과 입학식을 시작으로 새로운 학년도가 펼쳐질 것이다. 고사리 같은 일곱 명의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오게 되어 반갑기도 하지만 이 아이들이 4학년이 될 즈음이면 입학생이 1명으로 예정되어 걱정도 앞선다.
학교는 아이들의 배움터이고 놀이터이며 왁자지껄한 소리와 노랫소리가 창을 넘고 운동장 가득히 뛰어노는 모습이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이들은 미래의 자산이고 대한민국호의 앞날이다. 저출산과 양육비용, 과다한 사교육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미래의 대한민국은 더욱더 존재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