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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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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소금과 같은 선생님

춘분을 이틀 앞두고 있다. 이제 춥다는 생각은 안 든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도 견딜 만하니 봄은 봄인가 보다. 요즘은 정말 살맛난다. 봄이 와서 그렇나? 평생을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 선생님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고 학생들을 볼 때마다 친근하게 느껴진다. 직업은 못 속인다.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엔돌핀이 나오고 비타민을 먹는 것처럼 힘이 솟는 것은 다행이다.

오늘 아침에는 소금 같은 선생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얼마 전 TV에서 조용하고 아늑한 나라인 라오스의 염전에 대해서 시청한 적이 있었다. 바다가 없는 나라인데도 염전이 있었다. 아마 옛날에는 바다가 접했는지도 모른다. 지하 150미터 아래에서 물을 퍼올려 그 물로 소금을 만들고 있었다. 소금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니 참 좋은 것이다.

소금 하면 짠맛만 생각하는데 소금은 언제나 좋은 역할을 한다. 소금은 모든 음식의 간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간이 맞아야 음식이 맛이 있다. 그만큼 소금은 중요하다.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맛있는 음식이 될 수가 없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입에 맞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공부할 맛이 나게 해야 하고 학교생활할 맛이 나도록 해야 한다. 학교생활이 즐겁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 갈 맛이 안 나면 선생님은 학교에 올 맛이 나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공부할 맛이 나지 않는 학생이 있으면 그들에게 공부할 맛이 나도록 역할을 잘해야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소금이 맛을 잃으면 쓰레기가 되고 만다. 선생님이 소금의 맛을 잃으면 선생님 하기가 힘들어진다.

소금은 언제나 부드러운 역할을 한다. 김치를 담글 때 제일 먼저 배추를 절여야 하는데 이 때 소금이 필요하다. 소금물에 배추를 절인다. 뻣뻣한 배추가 소금물에 잎이 순해진다. 소금은 이렇게 부드럽게 한다. 화목을 이룬다. 선생님으로 인해 학생들이 순해지면 얼마나 좋으냐? 선생님으로 인해 교무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면 얼마나 좋으냐? 이런 소금 같은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화목을 만드는 화목자가 되면 그 학교는 생기가 돌고 가족 같은 학교가 될 수 있다. 나 때문에 교무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나 때문에 교무실 분위기 썰렁하면 되겠나?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게 소금이 아니다. 소금은 꼭 있어야 한다. 소금은 꼭 필요하다. 실력있는 선생님은 꼭 필요하다. 착한 선생님은 꼭 필요하다. 능력있는 선생님은 꼭 필요하다.
소금은 자기 자체로 영향력을 행사 못한다. 소금이 녹아야 빛을 발한다. 자신을 녹여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보이지 않게 구석구석 녹아야 빛을 발한다. 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생님인가? 나는 꼭 필요한 선생님인가? 그런 선생님은 소금과 같은 선생님이라 할 수 있다. 내가 학생들에게 무슨 영향을 미치고 있나? 좋은 영향? 아니면 악영향? 나쁜 영향? 좋은 영향을 미치는 선생님은 소금과 같은 선생님이다.

커피에 소금 두 알을 넣으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하여 소금을 커피에 넣는 이도 있다고 한다. 하여튼 소금처럼 유익을 주는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가장 강한 맛을 내는 소금 같은 선생님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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