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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고창의 청보리밭, 선운사, 미당시문학관, 고인돌박물관

설렘이 없는 여행이 있을까. 여행 좋아하는 것을 아는 지인들이 ‘다녀온 곳을 왜 또 가느냐?’고 물어오면 설렘 때문이라고 답한다. 같은 곳이더라도 자연풍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같이 여행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느낌도 다르다. 그래서 설렘 없이 떠난 여행은 반쪽짜리 여행에 불과하다.

5월 1일, 신록의 계절을 맞아 청주시립도서관 문화교실에서 증재록 시인에게 시창작을 배우고 있는 시울림 회원 20명이 고창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고창은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 유적을 간직한 곳으로 선운산도립공원, 고인돌유적, 고창읍성, 무장현관아와 읍성, 미당시문학관, 학원농장 등 내로라하는 관광명소가 많다.

모처럼만에 맞이한 황금연휴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하늘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만큼 푸르다. 설렘을 가득 안고 첫 번째 들른 곳이 전북 고창군 공음면에 있는 보리나라 학원농장이다.




청보리·해바라기·메밀꽃이 자랑인 학원농장(http://www.borinara.co.kr)은 전 국무총리 진의종과 부인 이학 여사가 야산을 개간하여 조성한 우리나라 경관농업의 선두주자로 현재 아들 진영호씨가 운영하고 있다. '청보리'는 이삭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누렇게 익어가기 전까지의 파란색 보리로 학원농장은 수십만 평의 완만한 구릉지대에 봄에는 푸르름이 절정에 이르렀다 보리 이삭이 익어가기 시작하면 누런 황금 들녘이 펼쳐지는 청보리밭, 가을에는 소금을 뿌려놓은 듯 하얀 세상으로 변하는 메밀꽃밭으로 유명하다.

학원농장의 청보리밭은 낭만과 추억거리가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보리밭 사잇길을 걸으며 어머님을 모시고 다녀갔던 오래 전 추억을 떠올린다. 가슴속까지 시원한 바람이 한줄기 불어오면 보릿대 끝이 살랑살랑 물결을 만드는 모습이 싱그러워 가곡 '보리밭'의 한 구절을 중얼거린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 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두 번째로 아산면 삼인리 도솔산 북쪽 기슭에 자리한 선운사에 들렀다. 선운사(http://www.seonunsa.org)는 백제 위덕왕 때인 557년에 창건된 고찰로 한때 89암자에 3000승려가 수도하는 국내 제일의 가람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봄이면 동백이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여름이면 그늘 아래로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오고, 가을이면 도솔천 주변의 꽃무릇과 단풍이 아름답고, 겨울이면 눈 덮인 사찰이 고운 풍경을 만드는 사철 여행지이다.

공원관리사무소에서 선운사로 가다보면 왼쪽 도솔천 건너편 바위절벽에 줄기의 둘레가 80㎝에 이르고 높이가 15m나 되는 거목의 송악이 있다. 안내판에 의하면 삼인리송악(천연기념물 제367호)은 약용으로 쓰이는 늘 푸른 덩굴식물로 이 나무 밑에 있으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속설이 전해온다. 입구부터 우람한 느티나무와 아름드리 단풍나무가 냇가에 늘어선 숲길이 길게 이어진다. 이곳 도솔천의 가을 단풍은 전국에서 유명한 사진촬영지다.


경내로 들어서면 수령 500년에 높이 6m인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184호)이 대웅전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경내에는 대웅보전(보물 제290호), 금동보살좌상(보물 제279호), 지장보살좌상(보물 제280호) 등 19점의 유물이 있다.

선운사에서는 누구나 시인이고 가수다. 아늑하고 편안한 풍경이 미당 서정주의 시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를 읊고, 송창식의 노래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를 흥얼흥얼 노래하게 한다.




세 번째 들른 곳은 선운사 주차장에서 6㎞ 거리의 부안면 선운리에 위치한 미당시문학관이다. 미당 서정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최고 시인 중 한 사람이다. 미당시문학관(http://seojungju.gochang.go.kr)은 미당 서정주의 삶과 문학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자연미와 환경 친화적 요소를 살린 소박한 건축물이다.

생전에 1000여 편의 시를 발표하고 15권의 시집을 출간한 미당 서정주의 육필 원고와 작품집, 생전의 애장품을 이 문학관에 보관 전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행적을 마땅치 않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그의 서정시는 우리 문학사에 최고였다. 외부의 풍경을 구경하고 조용히 시인의 대표작 국화 옆에서를 읊조리며 전시실을 둘러본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6층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바닷가와 가까운 선운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슬레이트 지붕과 담벼락을 국화와 미당의 시로 꾸민 돋음볕마을의 뒤편에 미당의 묘소가 자리하고 복원한 생가는 문학관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처음으로 솟아오르는 햇볕에서 이름을 딴 돋음볕마을은 2008년 산사랑 가을호에 직접 소개했던 곳이라 감회가 새롭다. 이왕이면 문학관과 묘소 주변이 국화꽃 화원이 되는 가을에 찾는 게 좋다.


고인돌은 선사시대 돌무덤의 일종으로 돌멘(Dolmen)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3만여 기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고창·화순·강화고인돌유적은 선사시대 문화상을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구조, 정치체계는 물론 당시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사시대 연구의 중요한 자료다.

집으로 가는 길에 짧은 시간 고인돌박물관에 들렀다. 입구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초대형급 바둑판식 고인돌인 계산리고인돌과 선사인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선사마을을 둘러봤다. 늘 아쉬움이 남는 게 여행이다. 시간이 늦어 박물관 건너편의 고인돌무리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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