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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드디어 방울토마토가 익었네요”

우리집 아파트 베란다에서 자라고 있는 방울토마토. 줄기가 위로 쭉쭉 뻗어간다. 줄을 띄워주었더니 키가 나보다 훨씬 크다. 오래 전엔 연두색의 열매도 맺었다. 그런데 언제 보아도 연두색 그대로다. 붉게 익어야 토마토 맛을 보는데 그게 언제 일지 모른다. 아내는 말한다. “여보, 저 방울토마토 언제 익지?”

그러던 방울토마토가 드디어 익었다. 얼마 전 아침이다. 그러니까 모종을 사다 화분에 심은 날이 4월 25일이니 무려 40여 일만에 붉은 열매가 탄생한 것. 도시농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드디어 열매를 제공한 것이다. 자연은 성숙하려면 오랜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고 깨우침을 준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토마토 5그루, 고추 13그루 농사를 짓는 자칭 도시농부다. 그것도 작은 화분에 기르는 것이다. 왜? 열매를 따 먹으려고? 아니다. 열매보다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녹색을 가까이 하니 눈이 시원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추 농사는 열매가 익기가 무섭게 식탁에 오른다. 그런데 이 고추, 마트에서 사는 고추와 다르다. 토양이 자람에 영향을 주었는지 크게 자라지도 않고 고만고만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공통점이 있다. 고추 열매 끝부분에 고추꽃을 매달고 있다.

이 고추가 밭에서 자라면 고추가 굵어져 매달렸던 고추꽃이 저절로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화분에서 자라는 고추는 꽃의 흔적을 매달고 열매를 키워가는 것이다. 식사 시간에 10여개를 따서 식탁에 올려놓는다. 쌈장에 찍어먹는 고추는 우리집 비타민 공급원이 된다.

도시농부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첫째, 농작물을 가꾸며 부지런해진다. 아침 기상과 동시에 베란다로 나간다. 그리고 화분에 물을 준다. 문안인사와 함께 진딧물을 잡아 주려는 것이다. 진딧물은 연한 고추 순이나 꽃잎을 갉아 먹는다. 진딧물은 고추 성장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열매맺기에 방해꾼이다. 퇴근 후에도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이 베란다이다.




둘째, 자연을 가까이 하면서 관찰력이 길러진다. 하얀 고추꽃잎이 다섯 장이다. 고추가 열리는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안다. 노오란 토마토 꽃잎도 다섯 장이다. 그런데 여섯 장도 가끔 보인다. 토마토 줄기는 만지기만 해도 알싸한 냄새를 풍긴다. 순치기를 하면서 냄새도 즐긴다.

셋째, 식물을 사랑하면서 인성도 길러진다. 자연을 가까이 하면 거친 성격도 부드러워진다. 자연을 가까이하면서 올바른 품성이 길러지는 것이다. 내가 원한다고 자연은 그대로 가져다 주지 않는다. 정성들여 가꾸어야 한다. 만약 하루라도 물을 주지 않으면 식물 줄기가 축 처지고 만다.

넷째.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도시농부와 농작물이 더불어 사는 것도 맞지만 여기에 한 식구가 늘었다. 바로 무당벌레. 어떻게 알고 이 곳까지 찾아 왔는지 고추잎 앉자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고추잎과 꽃잎을 찾아다니며 진딧물을 먹고 있다. 20일 동안 진딧물을 1천마리 정도 잡아먹는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것이다.

다섯째, 수확의 기쁨을 준다. 우리집 베란다 채반에는 작년에 수확한 붉은색 고추가 널려 있다. 작년엔 농사가 잘 되어 붉은색 고추가 주렁주렁 열렸었다. 방울토마토의 경우, 익기가 무섭게 입속으로 직행이다. 그 풋풋하고 신선한 맛을 즉석에서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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