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중학교 근무 때 이야기다. 함께 근무하는 여교감이 시중에 떠도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고 들려준다. 아내가 퇴직한 남편을 부르는 호칭인데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한 남편으로서는 참으로 슬픈 이야기다. 우리 사회가 이래서는 아니 되는데 시대의 흐름을 억지로 막을 순 없나 보다.
이른바 남편을 부르는 호칭의 구분이다. ‘영식님-일식씨-두식놈-삼식이××’다. ‘영식(0食)’은 하루 한 끼도 집에서 먹지 않아 아내를 편하게 해 주어 접미사 ‘님’을 붙였다. ‘일식(一食)’은 하루 한 끼만 집에서 먹기에 ‘씨’를 붙인다.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호칭은 천박하고 험악해져 간다. 부부지간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니까 ‘삼식(三食)이××’는 퇴직한 뒤 하루 세 끼를 아내에게 꼬박 차려달라는 남편을 비하해 부르는 욕이 붙은 호칭인 것이다. 이런 호칭을 듣는 남편으로선 억울하기 그지 없다. 그야말로 한 평생 아내와 자식을 위해 직장에서 뼈빠지게 일해 가족을 거두었는데 퇴직했다고 하루 아침에 천대를 받는 것이다. 과거 가족을 위한 헌신과 희생, 알아주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삼식이’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그것은 젊었을 때부터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첫째, 간단한 요리를 익히는 것이다. 아내가 없더라도 혼자서 취사를 능히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아내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든다. 더 나아간다면 아내를 위한 요리 솜씨 발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젊었을 때 부부공유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다. 취미나 여가 시간을 부부가 함께 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젊었을 때 부부간 대화 시간이 많다는 것은 생각의 공통분모를 많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고 갈등과 다툼의 소지는 적어진다.
셋째, 젊었을 때 아내를 위한 배려와 마음 씀씀이다. 대개 아내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결혼 후 몇 십 년간 남편을 위한 헌신에 지쳤기 때문 아닐까? 일본에서는 황혼 이혼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퇴직 후까지도 남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평소 아내에게 잘 해 주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보험을 드는 것이다.
얼마 전 아침 라디오 방송을 듣다 보니까 모 대학 교수가 ‘삼식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 놓는다. 공감이 되기에 필자의 의견을 추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퇴직한 남편들이 아내를 불편하게 하지 않게, 아내로부터 구박받지 않게 새겨두어야 할 말인 것 같다.
삼 : 하루 3시간은 부부가 의도적으로라도 떨어져 있어라. 아내에게 계속 붙어 있으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때론 하찮은 것 가지고 말다툼 하다가 싸움만 커지게 될 수 있다. 주말부부가 애틋한 것도 서로가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라고 본다.
식 : 하루 한 끼는 남편이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라. 남편도 식사 해결에 있어 자립심이 있어야 한다. 아내가 챙겨주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으면 기다리다간 짜증이 나고 기대에 어긋나면 실망만 커진다. 집에서 스스로 요리를 하거나 외출하여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 : 이제 아내를 '남'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을 살아라. 유행가 가사에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된다는 말이 있다. 아내에게 너무 기대지 말라는 충고이다. 남편들은 퇴직 후에도 인생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냉엄한 현실이 되었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