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산행을 좋아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을 이용하여 산을 찾는다. 교직 동료와 함께 산을 즐기기도 하지만 주로 부부산행이다. 수원 근교의 산을 찾는다. 기록을 생활화하고 있는 필자, 몇 년 간의 산행 기록을 살펴보았다. 어떤 특징이 있을까?
2012년은 총 20회 산을 찾았다. 순위를 살펴보니 공동 1위가 3개가 나왔다. 광교산(4회), 칠보산(4회), 수리산(4회)이다. 2월과 8월에는 산행이 없었고 월 2∼3회 등산을 한 것이다. 좀 멀리 여행 삼아 떠난 산은 소백산(1회), 남해의 금산(1회), 인천의 소래산(1회), 남양주 운길산(1회), 안성의 서운산(1회) 정도이다.
2013년은 무려 33회 산행을 하였다. 가장 많이 찾은 산은 광교산으로 9회다. 2위는 칠보산 5회, 3위는 북한산 4회, 4위는 수리산 3회다. 북한산의 경우, 지인과 동료 교장 제자의 안내로 이루어진 산행이다. 원정 산행으로 명지산, 덕유산, 계양산 등을 찾았다.
2014년은 세월호 사태 영향을 받았다. 세월호 수습 지원으로 진도에 근무한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산행은 모두 18회에 그치고 말았다. 5월, 7월, 8월, 12월은 아예 산을 찾지 않았다. 순위를 매겨보니 역시 광교산을 10회 찾았다. 칠보산 2회, 수리산 2회다. 수리산의 경우에는 야생화 탐사 쵤영이 목적이었다.
그렇다면 올해 산행 현황은? 7월 하순 현재 16회 산을 찾았다. 이런 상태라면 연 30회 정도 산을 찾을 것이다. 광교산 5회, 칠보산 5회로 나타났다. 광교산은 수원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접근이 용이한 휴식처이다. 칠보산 역시 가까운 거리에 있고 높이가 낮아 부담없이 찾을 수 있다.
얼마 전 휴일, 아내와 함께 명지산을 향해 떠났다. 재작년 찾았던 산인데 계곡물이 맑고 좋아 다시 한번 찾고 싶었다. 특히 단체 산행객들의 계곡 피서 장면은 부럽기만 했다. 등산복 차림으로 그대로 물에 들어가 고개만 내 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때 따라서 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될 정도였기에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그러나 휴일이어서 그런지 차량이 정체된다. 중간에 목적지를 바꾸었다. 도로 가장자리에 설치된 산행 안내도가 보인다. 바로 가평 화야산이다. 북한강변에 있는 산인데 755m의 산이다. 처음 찾는 산이라 기대가 된다. 아마도 이 산에 오르면 전망도 좋고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리라는 기대를 가졌다.
우리 부부가 찾은 화야산(禾也山), 기대에 부응했을까? 마치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도심을 떠나 깊은 산속에 들어 온 기분이었다. 계곡도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계곡물이 주민 1천5백명의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어 울타리로 막혀 있었다. 상류로 오르니 울타리는 없으나 줄을 친 안내판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 대신 이름 모를 새소리와 야생화, 메뚜기 등 곤충 등은 화야산의 좋은 인상을 갖게 해 주었다. 저녁 식사로 인근 식당에서 민물 매운탕을 먹었다. 주인 아줌마에게 산이 조용하고 등산객이 적은 이유에 대해 물었다. 바로 식수로 사용하는 계곡 때문이었다. 약 8년 전만 해도 주말이면 관광버스 10여대가 이 산을 찾았다고 한다. 지금은 자가용 5대 정도가 고작이다. 계곡을 막은 울타리가 사람을 막은 것이다.
새삼 산에 물이 있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여기서 말하는 물이란 계곡도 되고 약수터도 포함된다. 광교산은 계곡도 좋고 곳곳에 약수터가 있다. 산에 물이 있다는 것은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칠보산의 경우, 계곡이 있지만 수량이 적고 약수터는 식수용으로 부적합하다. 그러니까 필자가 집에서 가까이 있는 칠보산보다 광교산을 자주 찾는 이유가 분명해 졌다. 산행 코스가 다양하고 계곡이 있고 약수터가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에 찾아갈 수 있는 산이 있어 삶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