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관람기
가을밤에 품격 있는 행사라면 바로 음악회나 시 낭송회가 아닐까? 시와 음악이 합쳐지면 더욱 좋다. 바로 어제 아내와 함께 제16회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관람하였다. 한국성우협회가 주최하고 KBS 성우극회가 주관하며 수원시가 후원하는 행사다. 올해 이 행사에 참가하면 아마도 총 관람 횟수는 5회 정도는 될 것이다.
퇴근 후 저녁은 해결하였지만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아내의 속 마음은 ‘이런 날에도 꼭 행사를 관람하느냐?’다. 수준 높은 문화를 즐기는데 날씨가 무슨 대수랴 싶다. 요 근래 우리 가정이 말이 아니다. 집안에 우환이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예술은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아닐까?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수원제1야외음악당이다. 인근 고등학교에 주차를 하고 행사장을 찾았다. 보통 때 같으면 앞좌석을 다 채우고 잔디밭까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을 행사장이 우천으로 인하여 관람객이 몇 백 명밖에 안 된다. 좋게 생각하면 오붓하지만 출연진들은 조금은 섭섭하리라.
프로그램을 갖고 좌석에 앉으니 오프닝 공연이 끝나고 성우들의 퍼포먼스 공연이다.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출연진이 성우들로 보이지 않고 모두 뮤지컬 배우들로 보인다. 요즘 성우들 목소리로만 갖고는 안 되나 보다. 춤, 노래, 연기 등의 분야에서도 마치 프로 같다. 다재다능하다.
수원 출신 한금서 가수는 본인이 직접 반주를 하면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노래한다. 서용을과 친구들은 요들송을 부르며 관객들과 호흡을 맞춘다. JK김동욱 가수는 성량이 풍부하다. 이문세의 노래로 알려진 ‘옛사랑’을 부르는데 느낌이 새롭고 신선하다. 눈 감고 부르는데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시 낭송 성우들을 보니 명성과 베테랑급임은 속일 수가 없다. 유강진, 배한성, 송도순 성우는 목소리도 익지만 친근하게 다가온다. 시 낭송 수준이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관객들이 시 낭송 속에 푹 빠지게 만든다. 이게 다 수년 간 쌓은 경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감동의 요소를 몇 가지로 분석해 본다.
첫째, 본인이 낭송할 시 선택이다. 너무 짧아도 아니 되고 너무 길어도 아니 되고. 적당한 길이의 시이어야 한다. 너무 알려져 일반 대중들도 흔히 암송하는 것도 아니 되고 어느 정도 알려지고 가슴에 와 닿는 시를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독자에게 난해한 시는 물론 당연히 제외다.
둘째, 화면 배경과 시 내용의 일치다. 시의 주제, 시어에 맞는 화면이 나오고 그 위에 제목, 작가, 첫 시행 등이 차례로 올라가면 금상첨화다. 이런 화면을 구상하려면 시에 대해 정통으로 파악해야 함은 물론이다. 시의 내용과 대강 엇비슷한 화면 구성은 시의 감상을 방해하고 전달력에 있어 저해요소가 된다.
셋째, 화면 자막과 시 낭송이 일치해야 한다. 시 낭송이 서툰 사람의 경우, 마음이 급해서인지 자막보다 시 낭송이 먼저다. 화면의 자막과 시 낭송이 따로따로다. 이럴 경우, 관람객에게 전해지는 시의 감동은 반감된다. 출연자는 앞에 있는 모니터 화면을 보고 낭송을 조절해야 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넷째. 음악이 시의 분위기와 맞아야 한다. 음악이 시를 떠 받쳐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대개 배경음악은 클래식 음악이나 경음악이지만 음악이 시와 일치될 때 감동은 더해진다. 유강진 성우의 경우, 슬기둥 멤버가 연주하는 국악이 시를 살려주는데 가히 일품이다.
시를 낭송하는 사람은 시를 암송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그래야 시를 바르게 낭송하고 자신감이 붙는다. 시 낭송회에서 관람객에게 사람 목소리만 전달되어서는 감동이 약하다. 시의 내용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시를 눈으로도 보여주면 더욱 좋다. 배경화면과 배경음악은 시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배경음악이 생음악일 경우, 감동은 더해진다. 이렇게 하려면 전체적으로 기획과 연출의 힘이 필요하지만 예술에 있어 감동은 끝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