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 주택에 월세로 사는 여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냉장고가 고장 났으니 고쳐달라는 것이다. 그 전에 관리소장에게서도 같은 연락을 받았다. 전에 살던 세입자 남학생이 고장을 낸 것 같다고 의견도 덧붙인다. 과연 냉장고를 고장 낸 사람은 누구일까? 그러면 주인이 고쳐주어야 하는 것일까?
전출한 지 한 달 넘은 남학생에게 냉장고 수리비를 받기 어렵다. 오리발을 내밀면 그 증거를 대기가 어렵다. 현재 여학생도 책임에선 벗어날 순 없다. 한 달 간 잘 쓰던 냉장고가 작동을 하지 않으니까 하는 말이다. 부동산 중개업자도 주인과 함께 점검했으나 미처 발견하지 못 했다. 임대사업자 초보라 이런 일은 처음이다.
여학생의 방을 방문하여 냉장고를 살펴보았다. 냉동실 바닥에 긁힌 자국이 보이고 바늘 구멍 하나가 뚫려 있다. 이 구멍 하나가 냉장고의 기능을 정지시킨 것이다. 냉장고 냉동고 모두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남학생인지 여학생인지 누군가가 냉동실의 얼음을 억지로 떼어내려다가 일어난 일이다.
처음엔 그 구멍을 강력접착 본드로 막으려 하였다. 그러나 제품 서비스 기사와 통화하니 그리 단순하게 수리될 일이 아니다. 그 구멍으로 냉매가스가 다 누출되었다고 알려 준다. 그러므로 냉동실 외벽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하고 가스를 다시 충전해야 한다고 알려 준다. 이런 것, 전문 기술자가 해야 한다.
수리기사의 고장 수리 과정을 한 시간 동안 곁에서 지켜보며 궁금한 점은 물어 보았다. 냉동실에 외벽에 있는 바닥의 굴곡은 바로 가스가 통과하는 길이다. 그러면서 냉동이 되는 것이다. 이 굴곡에 이상이 생기면 냉동, 냉장이 안 되는 것이다. 굴곡 무늬가 있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고장 난 부품을 떼어 내고 교체한다. 냉장고 뒷부분 부속도 교체한다. 펜치로 자르고 새 부속품을 넣고 구리 산소용접을 한다. 이 산소용접은 회사에서 인증을 받은 기사만이 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냉매가스 충전하는 것도 보았는데 일정한 장비와 재료가 있어야 가능하다. 집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수리 시간 한 시간 쯤 지나고 작업이 모두 끝났다. 기사 말에 의하면 이런 생활 속의 사고는 흔히 있다고 한다. 특히, 오피스텔, 생활형 주택의 원룸에서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준다. 냉동실에 있는 얼음을 날카로운 쇠붙이로 떼어내다가 일어나기 쉽다고 한다. 흔히들 아무 생각없이 얼음을 제거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알려준다.
그러면 냉동고 속의 얼음 어떻게 제거할까? 제품 자체가 냉동실에 얼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다고 한다. 얼음이 끼었다고 제품 불량이 아니라는 것이다. 얼음을 제거할 때는 온도 조절 스위치로 하면 되고 냉동실문을 잠시 열어놓거나 냉장고의 전원이 꺼지면 얼음은 저절로 녹는 것이다.
수리 기사는 말한다. 본인도 기사가 되기 전에 무심코 냉동실의 얼음을 떼어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직장에서 얼음이 낀 냉장고는 잠시 전원을 끄고 나서 녹은 얼음을 꺼내어 버린 적이 있다. 만약 칼로 떼어내려 했다면 냉장고는 고장 나고 말았을 것이다. 가전제품 사용방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리비는 무려 11만원이 넘게 나왔다. 소비자 부주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무상 수리는 아니 된다고 한다. 구입한 지 1년이 되지 않았는데 세입자의 부주의로 주인이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고장 낸 범인은 전출한 남학생 아니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여학생이다. 그러나 모두 본인이 그러지 않았다고 발뺌한다. 야박하게 변상을 요구할 수도 없고.
가전제품 사용, 제품 사용 설명서를 잘 읽고 사용해야 한다.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얼음을 제거하다간 이런 불상사가 일어난다. 여학생에게 신신 당부했다. 냉동실 얼음, 억지로 떼어내지 말고 온도 스위치를 조정해 녹이라고 하였다. 주인으로서 월세 40만원 받기가 이렇게 힘들다. 전출입 세대가 생길 때마다 가전제품을 세밀히 점검해야 한다. 사용법도 친절히 알려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