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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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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송편 직접 만들기에 다시 도전한 우리집

집안에 웃어른이 안 계시면 명절날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여기서 말하는 웃어른이란 친부모님, 장인 장모님을 말하는 것이다. 필자의 부모님은 돌아가신지 18년이 넘었다. 장인 장모님은 살아 계시지만 요양병원에 입원중이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의식이 없으시다. 그래도 자식들의 효심은 많아 수시로 병문안 다녀온다.

우리나라에서는 명절 중의 명절이라는 추석이다. 추석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햇곡식과 햇과일이 풍부하다. 차례를 지내면서 조상님의 은덕을 기리고 자식에게 베풀어주신 은공에 감사드린다. 지금의 후손들, 조상들이 계셨기에 오늘이 존재하는 것이다.

웃어른들이 살아 계시고 일정 역할을 하실 때의 추석 풍경이다. 당연히 송편을 집에서 빚었다. 집안 식구들이 모여서 몇 끼 먹을 수 있도록 음식도 풍족하게 준비했다. 음식 준비에는 여러 가족이 달라 붙었다. 추석 음식 준비는 워낙 손이 많이 가므로 한 사람이 모두 준비할 수는 없다.


올해 우리집 추석 풍경이 조금 바뀌었다. 취업준비로 집에 올 수 없다던 대학생 딸이 서울에서 내려왔다. 얼마 전 처형이 아내에게 부탁한다. “너희 집에 가서 송편 빚을 터이니 준비하거라” 결혼 경력 25년차이지만 송편을 직접 빚은 것은 몇 차례 되지 않는다. 부모님 돌아가신 후로 송편은 마트에서 구입해 먹었었다.

아내가 쌀을 보여주며 분량의 적정성을 묻는다. 쌀 두 되 분량이다. 쌀을 씻어 물에 불린다. 최소 5시간 이상 물에 담가 놓아야 한다. 방앗간에 가서 쌀을 빻아야 한다. 공임 비용은 3천원이다. 아내가 말하기를 몇 분만에 방아찧기가 끝났다고 전해 준다. 뜨거운 물을 넣어 반죽을 한다. 그리고 송편 빚기에 들어간다.

송편에 들어갈 소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 우리 집에서는 송편 소로 팥, 깨, 밤, 콩 등을 사용한다. 아내는 깨와 콩 두 가지를 정했다. 깨는 볶아 설탕과 꿀을 넣는다. 콩은 호랑이 콩이란다. 처형, 아내, 딸이 달라붙어 송편을 빚는다. 필자도 몇 개 만들어 보았다. 과거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의 실력이 나오려면 더 연습해야 한다.


집에서 송편 직접 빚기. 어떤 점이 좋은가? 가족 간 대화 단절이 일시에 해소된다. 송편을 만들면서 웃음꽃이 핀다. 평상 시 부족한 대화가 여기서 펼쳐진다. 자기가 만든 송편 모양을 가족이 만든 송편과 비교하면서 송편 빚기 실력이 일취월장한다. 때론 창의적인 송편을 만들면 가족들의 평가가 이어진다. 한마디로 가족 화합이 된다는 이야기다.

어느 정도 송편 만들기 작업이 끝나자 아내가 말한다. “여보, 당신 솔잎 뜯어와야지?” 추석 맞이 솔잎 채취 얼마만인가? 그런데 어디에서 솔잎을 따지? 아파트 우리 동(棟)을 한 바퀴 도니 소나무가 안 보인다. 아파트 연못 인근에 가니 소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여기서 소나무는 우리 재래종 소나무를 말하는 것이다.

다시 일월저수지 옆 동산으로 향한다. 숲속을 들어가니 주로 활엽수다. 소나무가 있지만 키가 커서 솔잎을 딸 수 없다. 한 바퀴 돌다가 리기다소나무를 발견하였다. 손 닿는 곳에서 솔잎을 채취하니 손이 까맣다. 자동차 매연에 오염이 된 것이다. 이번엔 일월저수지 제방 옆 배수로 갔다. 그러나 여린 솔잎은 보이지 않는다.

송편을 집에서 빚지 않고 사먹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하나의 송편이 나오기까지 과정이 복잡하다. 손이 많이 간다. 도시에서는 솔잎을 구하기가 어렵다. 인근에 소나무가 있다손 치더라도 소나무 키가 커서 솔잎을 채취할 수가 없다. 우리 동네를 한 시간 정도 헤매다가 간신이 소량의 솔잎을 채취하였다.

아내는 솔잎을 깨끗이 씻어 송편 밑에다 깔고 송편 위에다 올려놓는다. 송편을 찌는데 수증기에서 솔향이 풍겨나온다. 송편을 먹으면서도 솔향을 느낀다. 송편 하나하나에 가족의 정성이 담겨져 있다. 처형은 대학생인 조카들에게 편지봉투에 담아 용돈을 건네준다. 추석 명절의 아름다운 추억, 어른들이 먼저 만들어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가정의 좋은 풍속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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