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서는 사적(私的)인 모임이 많다. 주로 직장 인연으로 맺어지기도 하지만 학연으로 맺어지기도 한다. 그 뿐인가? 전문직 연수 동기, 교감 자격연수 및 교장 자격연수 동기 등 연수 동기 중 뜻이 맞는 사람끼리는 연수 후에도 사적인 정기 모임이 이어지곤 한다.
필자의 경우, 초임 교장 때의 모임이 있다. S중학교인데 그 당시 직원이 다 모일 수는 없고 관리직으로 승진한 사람들끼리 정기적으로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교육정보를 공유한다. 동료교장 등산 모임도 있다. 등산을 하면서 체력단련도 하고 학교경영 노하우를 주고 받는 것이다.
2001년 교감 연수 동기 모임도 있다. 2007년 결성되었는데 이른 바 ‘5인회’다. 벌써 선배 두 분은 정년퇴직하였다. 승진하거나 전직, 영전을 하게 되면 축하떡이나 화분을 보내곤 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이것이 청렴에 위배된다고 하여 금지령이 내렸다. 그래서 우리 모임에서는 개인선물로 대신한다.
얼마 전 ‘5인회’ 모임이 있었다. 도교육청에서 학교로 전직한 후배교장 학교를 방문하여 축하인사를 하고 강화도를 향하였다. 후배교장이 그 곳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을 방문하면 민폐가 되므로 전등사 인근의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오리로스인데 4만원 어치 주문하니 5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귀가 시간이 늦어져 귀가하려는데 막내 후배교장, 아쉬움이 큰가 보다. 자기집에 가서 차 한 잔 하자고 권유한다. 국화차에 과일을 먹으니 후식으로 입맛이 깔끔하다. 6년 전 후배교장네서 1박을 한 경험이 있는데 후배교장은 이 곳에서 농사를 지며 전원생활 예찬론자가 되었다. 농사의 재미와 전원생활이 주는 삶에 푹 빠진 것이다.
수원까지의 갈 길이 멀어 이제는 출발이다. 후배교장은 미리 준비한 농사 생산물을 건네 준다. 고구마 3kg과 참깨다. 네 사람에게 모두 건네주니 정성이 대단하다. 이것을 가꾸고 추수를 하는데 땀을 많이 흘렸으리라고 생각한다. 말이 농사지 아무나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다. 그만치 농삿일이 힘든 것이다.
자연과 함께 하면 마음이 넓어지나 보다. 농사의 결실을 혼자 다 가지려 하지 않고 이웃에게 베푸는 것이다. 고구마 순을 심고 집초를 제거하고 땅을 파서 고구마를 캐내고. 장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참깨도 마찬가지다. 참깨 열매를 털어 참깨만 간추리는 것도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
후배 B교장, 대학 동문이고 2년 후배다. 중등에서 가르친 교과도 국어 교과다. 그는 이미 교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후배로서 또 교직 동료로서 얼마나 삶을 진실되게 살아 왔는지 얼굴 표정 자체가 ‘성실’을 말해준다. 그는 믿음직한 후배다.
2000년인가 보다. 국가전문행정연수원에서 중등 장학행정전문과정이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장학사, 연구사들이 2주간 모여 전문적 지식과 장학행정의 실무능력을 배양하는데 후배와 같은 분임이 되었다. 분임활동에서 가장 꺼리는 것은 분임장과 총무이다. 특히 총무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하는 일이 많다. 우리 분임의 B연구사는 즐거이 총무 역할을 수행하여 우리 분임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B교장은 좋은 고구마를 키우려면 토양이 좋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순을 심을 때 줄기를 비스듬히 심어야 고구마가 가느다랗고 길게 여러 개가 매달린다고 알려 준다. 농사를 모르는 일반인들은 고구마가 굵으면 좋은 줄 안다. 그러나 굵은 고구마는 실용적인 면에서 불편하다. 이게 다 실제 농사를 지으면서 깨달은 것이다.
전문직에서 교장으로 전직한 B교장. 몇 년 전 공모교장 4년을 거쳤지만 새롭게 교장 생활을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따뜻하게 대하고 동료가 어려움에 처하면 마치 자기일처럼 도와주고.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은 하늘의 이치를 알고 있는 것이다. 교직을 마칠 때까지 늘 건강하고 덕(德)을 베푸는 훌륭한 교장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