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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청첩장에 대한 유감 몇 가지

경기도 관내 모 초교 교장을 만났다. 정년을 10개월 앞둔 분과 저녁을 먹으면서 세상 이야기를 나누니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그 중 우리 교육계가 반성할 점도 나온다. 그는 작년 자신의 딸 혼사 이야기도 한다.

퇴직한 선배교장에게 청첩장을 보냈더니 반송이 되어 왔는데 봉투에 붉은 글씨로 ‘퇴직’이라고 씌여져 있어 매우 기분이 나빴다고 전한다. 퇴직한 교장에게 편지가 왔으면 그 학교에서는 그 교장에게 전화를 하든가 주소를 알아내서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후배들이 선배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른 의견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 배달되는 우편물, 어디에 배달되는가? 바로 교육행정실이다. 그 곳에는 대부분 행정직원이 근무한다. 때론 행정실무사도 있으나 교육자는 아니다. 그 분들이 퇴직한 교장까지 챙길 수 있을까? 초교 교장은 퇴임하기 전에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퇴임한 후에 우편물이 오면 꼭 전해 달라고 당부를 하는 것이다.


관내 모 중학교 교장에서 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긴 모 교장이 필자에게 이야기 한다. “학교로 온 청첩장을 받았는데 보내는 사람 주소가 학교로 되어 있더군요. 그 분 얼마 있으면 퇴임인데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이게 무슨 말인가? 그는 최소한의 예의나 교양이 있다면 발신자 주소는 퇴임 후에도 머무를 자기 집 주소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보내는 사람이 학교 주소를 명기하면 결혼 축의금을 낸 사람과 향후 교류를 할 수가 없다. 그런 사람을 나쁘게 생각하면 자녀 혼사를 핑계로 돈을 거두고 더 이상 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30년 이상 교육계에 종사한 사람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받았으면 갚아야 하는데 받고 말겠다는 심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필자에게 배달된 청첩장을 보았다. 다행이 생각이 있는 분들이어서 자기 집 주소로 되어 있고 본인 이름 하단에 학교명을 병기히기도 했다. 학교 주소와 학교명만 나타난 청첩장은 미안한 말이지만 휴지통으로 직행한다. 대개 그런 분들은 친한 교류가 있는 분이 아니다. 그저 이름만 아는 정도다. 애경사에 오고갈 사이가 아닌 것이다.

요즘 필자에게 오는 청첩은 다른 유형이다. 바로 초교 동창들과 고교 동창 총무들이 보내는 문자 메시지다. 요즘 동창회 총무들의 주요 업무가 회원들의 애경사를 문자로 전하는 일이다. 메시지 끝에는 당사자 명의로 된 은행 통장번호가 나타나 있다. 참석 못하는 사람은 축조의금을 입금시키라는 친절한 안내다.

청첩장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사건 하나. 지금은 70대가 된 필자의 작은 형의 교사 시절 이야기다. 그러니까 30년 전 용인의 모 여고 재직 시절인데 그 당시 교장의 자녀 혼사가 있었나 보다. 교직원은 물론 지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사를 치른 것이다. 아마도 친척들 몇 분만 모시고 혼례를 했는데 주위에서는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참으로 존경 받을 만한 청렴한 교장이다. 그 당시만 해도 교장 자녀 혼사라면 공개적으로 청첩장을 발송했다. 결혼식장에 참석하는 교장들도 부담이 없었다. 왜냐하면 교장의 업무 추진비로 축의금을 내는 것이 허용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교장은 그것을 마다한 것이다.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축의금을 거부한 교장이다.

현재의 청첩 문화 개선할 수는 없을까? 지금처럼 해오던 것을 계속 따라해야만 한단 말인가? 결혼 청첩을 받은 사람이 정말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러 달려올 사람에게만 보내라는 것이다. 청첩장이 납세고지서 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름만 조금이라도 알면 직장 주소로 대량 발송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얼마 전 대학생 딸이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빠, 퇴직하기 전에 결혼해야 하는 것 아냐?” 누가 이런 생각을 우리 딸에게 심어 주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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