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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난파합창단 ‘창단 50주년 기념’ 음악축제 관람기

지난 주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카카오톡 초대장을 받았다. 다름 아닌 난파합창단 ‘창단 50주년 기념’ 음악축제(11.20 19:30. 경기도문화의 전당 대극장)에 초대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달에는 올드보이스 콰이어 정기 연주 초대를 받았는데 이번엔 난파합창단이다. 초대를 보낸 친구는 바로 난파합창단 지휘자 송흥섭이다.

이럴 경우, 음악회에 함께 갈 사람의 일정을 먼저 잡아 놓아야 한다. 우선 교직에 있는 아내에게, 그리고 작년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누나에게 함께 가자고 하였다. 두 분 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허락하였다. 요즘 공연 초대, 프로그램 수준이 높아야 고맙다는 칭찬의 소리를 듣는다. 이번 음악 축제, 동행한 분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번 축제는 3부로 구성이 되었다. 제1부 그리운 추억, 제2부 아름다운 희망, 제3부 하나가 되는 사랑. 주제가 있는 프로그램 구성이다. 제1부 첫곡이 박화목 작사 윤용하 작곡의 ‘보리밭’. 합창이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왜 하필이면 ‘보리밭’일까? 보릿고개를 생각하라고? 그건 아닐 것이다. 가곡 ‘보리밭’의 원제목이 ‘옛생각’이다. 추억에 잠겨보자는 것 아닐까?




이어진 곡은 우리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 곡중 소프라노 솔로와 합창이 조화를 이루는데 슬픔이 애절하게 울려 퍼진다. ‘사공의 그리움’을 들으니 홍난파의 ‘사공의 노래’와 ‘그리움’이 합쳐진 것이다. 두 곡의 가사를 보니 ‘바다’라는 공통점이 있다. 작사가는 다르지만 작곡가는 홍난파이기에 두 곡이 절묘하게 이어지면서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역시 작곡가 홍난파다.

특별 출연한 소프라노 김인혜와 테너 지명훈의 듀엣 ‘봉선화’. 이 곡을 들으면 일제 치하의 우리나라 모습이 떠오른다. 음악에 있어 작곡 분야도 그 어느 예술처럼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리라. 이어진 푸치니의 아리아와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는 청중을 오페라 음악 속으로 인도한다. 출연자는 ‘축배의 노래’ 간주에 맞춰 흥겨운 춤이 선보이니 흥이 솟는다.

제2부에서 특이한 것은 귀에 익은 곡 메들리이다. 가요와 팝송 여러 곡이 계속 이어진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금방 따라 부를 곡들이다. 음악 감상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이번에 연주된 곡은 모두 몇 곡일까? 팝송과 우리 가곡은 각각 몇 곡?” 등 음악 퀴즈가 떠오르는 것이다. 십 여곡 이상이 이어지는데 바로 다음에 이어질 곡이 궁금하다. 마이 웨이, 초우, 철새는 날아가고, 에버그린 등이 이어졌다.




특별출연한 바이올리니스트 허희정. 몬티(Monti)의 차르다스를 연주하는데 연주 솜씨가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 같다. 왼손의 움직임과 오른손 활의 움직임을 보니 ‘악기를 다루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니까 오늘의 음악 축제는 출연진 섭외에 있어 성악가는 물론이거니와 바이올리니스트도 꽤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3부에서는 축시 ‘빛이여, 영광이여!’ 시 낭송이 있었다. 바로 난파 합창단 50주년의 역사를 노래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오늘 음악 축제의 피날레 안익태 작곡의 ‘한국 환상곡’. 중간에 애국가가 여러 번 나온다. 청중들도 애국가를 합창한다. 난파합창단과 연합합창단 200여명과 청중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음악평론가가 아니다. 음악이 좋아서 이런 음악회가 있으면 시간을 내어 참석한다. 음악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초대장을 받고 제일 먼저 계산한 것이 ‘2015-50=1965’이다. 난파합창단은 1965년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난파 4중창단으로 시작해 설립됐으며 이후 난파 남성합창단, 혼성합창단, 어린이합창단, 어머니합창단에 이르기까지 활발히 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1965년. 국립합창단 창단이 1973년이니 국가의 움직임보다 8년이나 앞선 것이다. 이 난파 합창단을 거쳐간 사람도 1천명이 넘고 단원 중에는 초창기 단원이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평생을 합창과 같이 생활하는 것이다. 합창단 부부음악 가족만도 30쌍이 넘는다고 한다. 1983년 수원시립합창단이 창단될 때 초대단원 모두가 난파 합창단원 출신이었다고 하니 그들의 실력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나라 음악 지도자 출신의 다수가 난파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늘 음악축제를 함께 관람한 누님의 말씀이다. 교육청과 학교에 근무하면서 합창대회를 여러번 보아 왔는데 합창단 실력은 지휘자에 달려 있다고 힘주어 발한다. 합창단원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지휘자가 그것을 이끌지 못하면 음악성은 발휘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송흥섭 지휘자를 칭찬하는 말이다. 필자도 교육청 근무 시 예능대회를 주관한 적이 있는데 중학교 합창단을 능력있는 지휘자가 잠깐 지도했는데 합창 자체가 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난파합창단 창단 목적이 난파 홍영후의 음악적 재능을 배우고 발전시켜 음악 인재의 발굴과 국민의 정서함양을 도모다. 난파합창단은 창단 이후 50년 동안 어린이에게는 꿈을, 청년에게는 이상과 낭만을, 어른에게는 위로와 평안을 주었다. 난파합창단은 앞으로도 수원시민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곁에서 음악을 통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선사하리라고 굳게 믿는다. 오늘 50주년 음악 축제, 참으로 뜻 깊다. 그리고 대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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