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보며
오랜만에 연극을 보았다. 이게 몇 년만인가? 몇 년 전 교원연수 때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본 것이 끝이었다. 그 당시 관람료는 제법 비쌌으나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었다. 바로 어제 교총 회원의 복지 혜택의 일원으로 윌리엄 세익스피어 원작의 <템페스트>를 세종문화회관 M 시어터에서 관람하였다.
교단에서 퇴직한 선배와 동행하였는데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다. 몇 시간 전에 미리 만나 점심을 함께 하면서 그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배는 그 동안 식사 한 번 대접 못해 미안하다며 퇴직 후 생활을 들려준다. 음악 교사 출신답게 코리아 남성합창단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정기 연주회 CD를 선물로 준다.
교직에 있으면서 가능하면 문화를 즐기려고 애쓴다. 지난 달에는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제공하는 ‘문화의 숲, 예술의 정원’을 관람하였다. 뮤지컬 배우가 나와 토크쇼를 하면서 자신의 노래를 들려준다. 음악과 대화가 합쳐진 것인데 사랑의 언어 5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바로 상대를 인정하기, 함께 하는 시간, 선물, 봉사, 신체적 접촉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용할 사랑의 기술이다.
이번 연극 관람을 하면서 놀란 점 하나. 관객들 대부분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는 것. 우리나라 국민이 자녀에 대한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다고 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R석이 4만원인데 자식을 위해 기꺼이 투자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작품이 그 유명한 세익스피어 마지막 로맨스극이라는데….
사람들은 왜 연극을 볼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배우들의 열연을 보고 삶의 의욕을, 어떤 사람은 연극에서 재미를 얻고 삶의 카타르시스를 얻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해당할까? 나는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 세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억울함, 미움, 원한, 복수를 어떻게 펼칠까? 대반전이 벌어진다. 바로 용서와 화해인 것이다.
정치를 동생에게 맡기도 마법에 몰두하다가 동생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억울하게 딸과 함께 무인도로 쫒겨난 밀라노의 공작 프로스페로. 어느 날 동생과 나폴리의 왕 알론소 일행에게 복수할 기회가 온다. 정령의 힘을 빌어 태풍을 일으켜 배를 난파시킨다. 그러다가 알론소 아들 페르디난드와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그러나 복수룰 사랑으로 갚는다면 우리의 세상은 다르게 변한다.
이번 연극, 연극이 끝나고 그냥 귀가하는 것이 아니다. 이 가족음악극을 만든 예술 감독과 연출자, 각색자를 출연시켜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게 했다. 왜 이 연극을 무대에 올렸는지? 관객들은 어떤 관점에서 이 연극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런 관람 후기 마련의 장이 뜻깊다. 어찌보면 이것이 연극의 감동을 오래 남게 하는 것이다.
연극 제작자들은 ‘용서와 화해’ 외에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부여한다. 자신의 경험담도 이야기 한다. 부친상을 당했을 때 와서는 안 될 사람이 문상을 왔는데 그냥 얼싸안고 울면서 식사를 함께 한 이야기. 연극을 결사코 반대하는 어머니와 싸운 후 가출하여 며칠 만에 귀가했는데 귀가하여 함께 밥을 먹으면서 한 마음이 되었다는 이야기.
‘밥을 같이 먹는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미워하는 사람과는 식사를 같이할 수 없다. 먹은 음식이 체하고 만다.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은 이미 상대방을 용서했다는 것이다. 증오의 마음을 풀고 이미 마음으로 감싸 안았다는 뜻이다. 복수보다 용서가 위대한 것이다.
언어의 마술사 말년의 세익스피어가 작품 <템페스트>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용서와 화해일 것이다. 또 그런 세상을 소망하는 것이다. 필자도 공직생활 중 어떤 사건과 관련하여 미워하는 사람이 생겼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상대가 생겼다. 그러나 그를 미워할수록 내 마음이 불편하다. 오히려 무병장수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 일회적인 우리네 삶, 사랑하기에도 짧기만 하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