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퇴직을 앞둔 남성들의 필수 코스가 요리학원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아내가 음식을 만들어주었지만 앞으로는 남자 스스로 만들어 먹어야 한다. 더 나아가 맛있는 요리로 아내를 대접해야 한다. 그런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난생 처음으로 청국장 찌게를 만들어 먹어 보았다. 총각 시절 어머니께서 콩을 삶아 청국장 띄우는 것, 청국장 찌게 만드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았다. 그러나 실제로 만들지는 못한다. 청국장을 구입해 끓여 먹는 수준도 안 된다. 왜? 청국장 찌개를 끓이지 못하니까.
얼마 전 일요일 오전. 교육방송 ‘최고의 요리비결‘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거기에서는 특별 요리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먹는 음식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1주일 치 방송 분량을 모아서 방영하니 크게 도움이 된다. 거기에서 청국장 찌개 방송이 나오는데 그대로 따라서 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보았다.
집에 있는 재료인 김치, 파, 마늘, 소금, 고춧가루, 멸치는 그대로 활용하기로 하고 없는 재료만 구입하였다. 가까이 있는 하나로 마트에서 고추 250g, 청국장 400g, 두부 500g을 구입하였다. 같은 분량이라도 품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첫 도전이라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비교적 저렴한 것을 구입하였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교육방송 홈페이지에 다시 접속하여 요리순서를 메모하였다. 재료는 간단하다. 김치 200g, 두부 1/4모, 대파 1/2개, 풋고추 2개 등이다. 재료를 다듬고 멸치는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볶아야 하나 그대로 사용하였다. 쌀뜨물 대신 만들어 놓은 멸치 국물을 이용하였다.
음식 만드는 순서는 잘게 썬 김치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다진 마늘 1/2T, 두부, 풋고추,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청국장 일정량을 넣고 끊인다. 그러면서 청국장을 풀어준다. 고춧가루 1/2T, 소금을 넣고 다시 끓인다. 이 때 소금은 국물에 녹여서 나누어 넣는다. 가운데 기포가 생길 때까지 한소끔 끓여낸다. 이상 끝이다.
내가 만든 청국장 찌게, 제대로 되었을까? 첫 작품이라 그런지 모양새가 그렇게 먹음직스럽지 않다. 나박썰기한 두부도 벌써 부서졌다. 뚝배기에 청국장 2인분을 넣어야 하는데 적당량을 알지 못해 대강 넣었다. 마늘은 찧어야 하는데 가늘게 썰어 넣었다. 풋고추는 넉넉히 넣어야 하는데 3조각만 넣었다.
청국장 끓는 냄새가 거실에 퍼진다. 아들이 냄새를 맡고 무엇이냐고 묻는다. 아빠가 요리를 했다고 하니 언제 배웠느냐고 묻는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배운대로 실습을 했다고 알려주니 의심의 눈초리다. 필자 먼저 끓인 찌개를 국자로 다른 그릇에 담아 뚝딱 해치웠다. 잠시 후 아들이 나와 숟갈로 입맛을 보더니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먹어도 괜찮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청국장 찌게가 금방 바닥이 난다.
이번 요리를 통해 느낀 점 몇 가지. 초보자는 방송에서 알려 준대로 그대로 따라하기도 힘들다는 사실. 순서대로 적당한 분량을 넣어야 하는데 초보는 그것이 서툴다. 여기서 주부 역할을 하는 아내의 위대함과 고마움을 깨닫는 것이다. 첫 도전한 청국장 찌게, 스스로 점수를 매겨 보니 70점 정도다. 다음엔 추가 재료로 무나 양파. 호박 등도 넣어 지금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 볼 계획이다.
음식을 대하는 가족의 기본 자세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맛이 없어도 가족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맛있게 먹어 준다면 요리사는 신이 난다. 아내가 필자에게 하는 말이 있다. “음식을 직접 만든 사람은 남은 음식이 아까워 함부로 버리지 못 한다.” 음식 재료의 소중함과 조리에 정성이 들어갔음을 가족이 알아 달라는 말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