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 둔 남성들의 필살기, 바로 음식 만들기이다. 퇴직 후에도 아내가 하루 세 끼를 챙겨주면 좋지만 형편이 그렇지 못하다. 아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 최소한 점심은 스스로 챙겨 먹어야 하고 부지런한 남편이라면 아내의 퇴근 전에 시각에 맞추어 저녁밥 정도는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난생 처음으로 청국장을 끓여먹다’로 기사 하나를 쓴 적이 있다. 청국장, 어렸을 때 어머님이 콩을 쑤시고 장을 띄워 직접 만들어 주신 음식이다. 그것을 먹으려면 온 집안에 특유의 냄새가 퍼졌지만 맛으로는 일미였다. 청국장을 직접 담그지는 못하고 마트에서 청국장 원료를 사와 김치 등의 재료를 뚝배기에 넣고 끓여 아들과 함께 먹은 것이다.
이번에는 김치 담그기에 도전이다. 지난 겨울에 담근 배추김치, 이제 물릴 때도 되었다. 식사 때마다 똑같은 배추김치만 먹으니 질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밑반찬에 변화를 주고자 깍두기 담그기에 도전한 것이다. 반찬 만드는 재료와 순서는 머릿속에 대강 그려져 있지만 확실히 하고자 인터넷 검색을 하여 보았다. 탑재한 사람마다 재료와 순서에 조금 씩 차이가 보인다. 그러니까 사람마다 고유한 음식만들기 방법이 있는 것이다.
우선 재료 챙기기다. 집에 있는 것은 그것을 활용하고 없는 재료는 구입해야 한다. 고춧가루, 액젓. 소금, 설탕, 마늘, 양파는 집에 있다. 구입한 것은 무 2개(1,980원), 생강(900원), 쪽파 1단(1,950원)이다. 농협 마트가 가까이 있기에 금방 구입이 가능하다. 낮 시간이라 그런지 마트에 사람이 많지 않다. 장보기에 좋은 것이다.
깍두기 담그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다. 원래는 무맛을 보고 사야 하는데 그냥 2개를 샀다. 무가 크고 굵은 것이 좋은 것인지 적당한 굴기에 긴 것이 좋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외형에 상처가 없고 비교적 깨끗한 것을 골랐다. 생강 고르기도 문제다. 굵고 큰 것을 고를까 작은 것을 몇 개 고를까? 장보기에서 중요한 것이 물건 선택이다.
쪽파는 한 묶음을 사는데 신선도에 기준을 두었다. 파의 맨 끝부분이 시들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것이다. 쪽파도 다른 재료처럼 굵은 것이 좋은 지, 가느다란 것이 좋은 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아마도 용도에 따라 골라야 하지 않나 싶다.
귀가하여 이제 본격적으로 김치 담그기에 들어간다. 무는 껍질벗기는 칼을 이용하여 껍질을 얇게 벗기고 실뿌리를 제거하였다. 깍두기를 만들려면 깍뚝썰기를 하여야 하는데 변화를 주어 나박썰기를 하였다. 무를 썰다보니 2개가 너무 많은 양이라 반 개를 남겼다. 처음 도전인데 실패하면 음식물 처리가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음엔 썰어 놓은 무를 소금에 절이는 것이다. 이 때 소금 분량의 적정량을 알 수가 없다. 주부들이 눈으로 대강 어림잡는 것은 여러 차례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리라. 초보자이기에 소금의 양은 대충 넣었다. 그리고 골고루 섞었다. 이제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가끔 씩 재료를 뒤집어 소금기가 골고루 스며들도록 하였다.
‘와, 소금에 절인 무에서 이렇게 물이 많이 나오다니?’ 물을 쏟으니 커다란 사발이 가득 찬다. 이것을 쏟지 않고 그대로 담그면 깍두기 물이 너무 많다. 또 소금과 무즙을 섭취하게 된다. 그래서 걸러낸 것이다. 이 물을 그대로 버리기가 아까워 쪽파절이기에 재활용하였다. 시험 삼아 무 맛을 보니 짭짤하다. 겁이 덜컥 나기에 꿀과 설탕을 넣었다. 다음엔 생강과 마늘을 절구에 찧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넣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버무리기다. 고춧가루를 넣고 무 색깔을 보아가며 버무렸다. 고춧가루를 몇 차례 부어가면서 조절해야 하는데 한 번에 넣고 말았다. 이게 초보자의 실수다.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넣은 것이다. 이것을 만회하고자 절인 쪽파 이외에 절이지 않은 쪽파를 추가로 넣었다. 그리고 생강과 마늘 다진 것, 양파를 넣었다. 맨 마지막으로 액젓을 넣었다. 여기서도 실수 한 가지, 액젓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였다. 그룻에 담아 양을 조절해야 하는데 그냥 부었던 것이다.
음식 만든 사람들의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가족들의 평가다. 귀가한 아내가 맛을 보더니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한다. 잘 했다고 하는 것인지, 보통 솜씨라는 것인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며칠 후 아들이 김치 맛을 보더니 "맛있다“고 한다. 순전히 아빠 솜씨라고 하니 깜짝 놀란다. 은퇴 후 대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재직 중 미리 대비해야 한다. 마음만 먹어도 안 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음식 만들기 도전, 실패를 두려워 말고 이제 가짓수를 점차 늘려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