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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가장 많은 질문,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인가?”

국립 방송대에서 인생 새출발

“이제 당신 출근할 날 닷새밖에 남지 않았네! 교직생활이 얼마나 아쉬울까?‘

개학을 하루 앞둔 날, 아내가 건넨 말이다. 필자는 교직 39년을 마감하고 오는 2월 29일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다.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교육계 초등교사, 중학교 교사, 장학사, 교감, 교장, 도교육청 장학관, 지역교육청 중등교육지원과장을 거쳤다. 그것도 모자라 원로교사, 순회교사까지 경험하였다.

교육계에서 영예스런 상도 많이 받았다. 장관상을 비롯해 교육감상, 교육장상은 수 십 차례 받았다. 매스컴의 조명도 여러 차례 받았다. 한국교육신문 e리포터, e수원뉴스 으뜸기자, 경인일보 중부일보 경기신문 칼럼니스트 활동, 교육칼럼집 5집 발간 등으로 여러 독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기도 하였다. 제6회 한국교육대상, 제29회 수원시 문화상 교육부문 수상, EBS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주인공, KBS 생방송 심야토론 등에도 출연하였다.

퇴직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은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이냐?’이다. 아마도 필자의 진로와 미래를 걱정해 주시는 분들의 염려다. 90세까지 산다고 하면 무려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이 소중한 세월, 현직에 있을 때보다 더 알차게 보내야 한다. 인생 제2막, 황금시대로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미리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면 된다.


필자의 경우, 청소년 단체인 비영리사단법인 활동을 하려 한다. 교사 시절 보이스카우트 지도자 생활을 20년 이상 하였다. 청소년 교육은 현직에서 쌓은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전국적인 조직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혼자서는 하기 어렵다. 주위 청소년 단체 관련자들과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이 계획은 서서히 실천에 옮기려 한다.

시민으로서 수원시정 참여다. 지금도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새롭게 추가된 것이 몇 개 있다. 군공항 이전 수원시민 협의회, 주민참여 예산위원회 위원, 시민배심법정 배심원이다. 요즘 밴드가 결성되었는데 위원들의 열의와 적극성이 놀라울 정도다. 이들의 활동을 보니 수원시의 주인은 시장도 공무원도 아니다. 시의회도 아니다. 바로 수원시민임을 깨닫게 해준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입학이다. 3학년 편입을 권유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신입생이 되기로 했다. 학업의 시간을 길게 가지려는 것이다. 방송대에 설치된 20여개 과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니 관광학과와 문화교양학과가 나에게 맞는다. 방송대 교직원은 교원으로 퇴직한 분들은 문화교양학과에 많다고 알려준다. 그러나 교과목을 살펴보니 내 적성에는 관광학과가 더 맞는다.


얼마 전 뜻 깊은 우편 서류봉투를 받았다. 합격통지서, 방송대 신문, 총장 편지, 대학생활 길라잡이, 오리엔테이션 안내 등이 들어 있었다. 인생을 새출발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그리하여 등록 첫날 수강신청과 등록금을 납부하였다. 입학금과 수업료 350,700원이고 교재대금, 학보대금, 학생회비 등을 포함하니 50만원 가까이 된다. 모든 국민에게 개방되어 있어서 그런지 학비가 저렴하다.

그렇다면 필자가 퇴직 후 여유 시간을 맘껏 즐기지 않고 방송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새로운 배움에 대한 도전이다. 이미 학사와 석사를 취득하였으니 더 배우지 않아도 된다. 또 가르침에서 손을 놓았으니 학습을 멀리해도 된다. 그러나 인생은 그게 아니다. 배움을 멀리한 인생은 죽은 인생이다. 방송대에서 여러 사람들과 지혜를 나누고 인생을 배우고 싶은 것이다.

둘째, 젊게 살고자 한다. 나이는 먹었으되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젊은이들과 함께 배우며 어울리는 것이다. 출석수업과 방송 강의를 듣고 과제물을 제출하고 중간시험과 기말시험을 보니 한 눈 팔 시간이 없다. 특히 관광학과에서는 시간을 내어 국내여행을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학습 동아리에서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한다면 활력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다. 그 동안 국어교사로서 익숙한 국어국문학, 교육학 대신 관심이 높은 새로운 분야인 관광학과를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학년 1학기 과목을 보니 세계의 역사, 관광학 개론, 한국지리 여행, 서비스 매너, 숲과 삶 등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새로움에 대한 도전, 그게 참된 인생 아닐까?

우리 주위엔 방송대 출신이 생각보다 많다. 한 교직선배는 퇴직 후 중국어학과를 마치고 부인과 함께 영어영문학과 재학 중이다. 초등교장으로 퇴직한 누나는 재직 중 영어영문학과와 경영학과를 졸업하였다. 필자의 아내도 재직하면서 가정학과를 나왔다. 얼마 전 명퇴한 한 동료는 일본학과 3학년에 편입하여 학습동아리에서 젊은이들과 젊음을 즐기고 있다.

통계자료를 보니, 방송대는 44년 역사를 가진 국내 최초의 원격대학이다. 1972년 서울대학교 부설로 설립되어 새로운 교육의 장을 열고 있다. 30만 원대 등록금으로 국립대학 최고의 첨단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 방송대인의 막강한 인적네트워크도 자랑이다. 61만 동문과 13만의 재학생이 있으니 국내 최대 평생교육대학이다.

“100세 시대, 방송대서 준비하면 된다고 전해라” 방송대 신문 1면 기사 제목이 눈길을 끈다. 퇴직 후 방송대 입학, 내 인생을 또 한 번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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