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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큰바위얼굴 만나는 가리산 산행

2월 16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에 걸쳐 있는 가리산(높이 1051m)에 다녀왔다. 가리산(加里山)은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으로 정상 부근에 솟아있는 3개의 봉우리가 소양호에 산자락을 늘어뜨리고 있다. 홍천9경 중 제2경으로 산의 이름은 산봉우리가 한데에 수북이 쌓아 둔 곡식 더미처럼 생긴데서 유래한다. 가리산을 품은 홍천군을 지도에서 살펴보면 동에서 서로 고구마처럼 기다랗고 남한의 시·군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다.

아침 7시 용암동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하며 회원들을 태우고 북쪽으로 향했다. 명절연휴 보내느라 피곤했는지 빈자리가 여럿이다. 밤사이 눈이 내려 거북이걸음을 하는데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만 눈이 녹아 세상을 흑백으로 구분한다.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입원으로 참석 못한 달콤 회장님을 대신해 짱구 부회장님의 산복(山福) 많이 받으라는 인사, 석진 산대장님의 산행안내와 다음 일정소개가 이어졌다.

중앙고속도로 홍천IC를 빠져나온 관광버스가 44번 국도변의 원동교차로에서 소양호 방향으로 폭이 좁은 지방도를 달린다. 10시 10분경 1진을 홍고개에 내려주고 짧게 산행할 회원들만 태운 채 다시 44번 국도의 가리산교차로를 거쳐 11시경 가리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면 탱크와 해병대가리산전투전적비, 휴양림의 헬리콥터가 맞이한다. 산행 준비를 하고 안내판을 읽어보니 가리산은 6.25전쟁 당시 해병대 제1연대와 인민군 제6사단이 큰 전투를 벌였던 격전지다. 왼쪽으로 등산로를 따라가면 관리사무소 앞 얼음조형물과 소형 산막들이 길옆에 있다.


‘가리산 등산로 여기서부터 5㎞’가 써있는 표석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가리산 강우레이더 관측소와 ‘숲에서 놀다 내안의 나를 만나다, 세상을 건너는 다리, 누운 돌탑 그리고 돌탑...’이 써있는 이정표를 지나 가삽고개와 무쇠말재로 갈라지는 합수곡 삼거리에 도착했다.

가끔 별일 아닌 것을 운명의 순간처럼 고심하며 결정할 때가 있다. 단출하게 세 명이 산행을 하는데도 어느 코스로 갈 것인지 의견이 다르다. 한참 만에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오른쪽의 가삽고개 방향을 선택했다. 비교적 산행하기 쉬운 등산로가 이어지고 통나무로 만든 쉼터도 여러 곳 있다. 능선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먹으려다 1진과 연락이 되어 걸음을 재촉했다.


가삽고개를 목전에 두고 왼쪽으로 능선에 오르면 평탄한 산길이 이어진다. 포토존 역할을 하는 고목을 지나 뱃터갈림길에 도착하면 묘 자리에 얽힌 ‘한 천자 이야기’ 안내판이 서있다. 가리산의 능선이 완만하다고 깔봤다가는 큰코다친다. 정상 일대는 좁은 협곡을 사이에 두고 수직에 가까운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왜 힘들여 이곳까지 올라왔는지는 가리산을 대표하는 큰바위얼굴을 보고나서야 안다. 큰바위얼굴이 가리산 2봉에서 1봉을 인자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람의 얼굴을 닮은 2봉 정상에 올라 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와 요즘에는 고3 수험생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산행을 시작할 때부터 내린 눈이 눈앞을 가리는데다 쌓인 눈과 얼어붙은 바위가 산행을 어렵게 한다. 쇠파이프와 로프에 의지하며 표석이 서있는 1봉 정상에 올랐다. 산행의 참맛을 느끼려면 눈 내리는 날 산에 올라야 한다. 다만 가리산의 겨울철은 멋진 풍경만큼이나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백두대간 줄기와 소양호가 보이지 않는 것도 아쉬웠다.


후반전이 중요한 인생처럼 산행은 내리막길에서 더 조심해야한다. 가리산 정상에서 무쇠말재까지 아찔한 구간을 지난다. 무쇠말재는 옛날 홍수로 물바다가 되었을 때 무쇠로 배터를 만들어 송씨네 오누이만 살아 남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편평한 곳에 자리 잡고 늦은 점심을 먹는데 반찬 위로 눈이 쌓인다.


산행은 걸음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걷는 게 아니다. 땀 흘리고 힘들어 하며 많은 것을 깨닫는다. 가리산자연휴양림으로 가며 나무끼리 얼싸안고 자라는 연리목을 비롯해 여러 가지 모습의 나무들을 만난다. 화전민을 이주시킨 자리에 심었다는 낙엽송들이 눈이 내리는 겨울 하늘을 찔러대고 있는 모습도 이채롭다.

가끔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추운 날씨 때문에 뒤풀이 장소가 바뀐 것도 모르고 오랜만에 만난 석호 후배와 멋진 풍경에 빠져 세월아 네월아 자유를 누리며 꼴찌로 내려갔다. 3시 40분경 출발하는 관광버스에 올라 정상의 바위틈에서 솟는 석간수와 휴양림 입구에서 가까운 용소폭포를 구경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밀린 숙제를 하듯 중앙고속도로 원주휴게소에 들러 뒤풀이를 하고 청주로 향했다.

눈이 내리다 그쳤다, 해가 나왔다 들어갔다... 날씨만 오락가락한 게 아니다. 우리가 지나온 곳에서 가까운 중앙고속도로 원주-제천 구간에서 30여대의 차량이 연쇄 충돌하여 도로가 마비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오후 7시 30분경 집에 도착했다. 날씨가 나쁜 날은 세상일 하나도 모르는 듯 무사히 다녀온 것도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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