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담그기에 다시 도전하다!
사람들은 도전을 두려워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무서움 때문이다. 실패에 따른 정신적 후유증, 다른 사람의 이목, 자존감이 상한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하면 손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도 있고 우리 모두가 공감을 할 텐데….
몇 달 전 깍두기 담그기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아내, 아들, 누님은 깍두기 맛을 보고 맛있다고 했지만 사실은 실패작이다. 첫 도전을 격려하기 위해서 한 말이지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실패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면 실패로써 끝난다. 깍두기 담그기에 대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첫째, 김치 담그기를 너무 얕잡아 보았다. 배추김치나 깍두기나 소금에 절이고 마늘이나 생강 등 각종 양념 넣고 액젓을 넣으면 발효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늘 어깨 너머로 본대로 깍두기를 담그었던 것이다. 배추김치 담그기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을 몰랐다. 상대를 너무 가볍게 본 것이다. 무를 소금에 절이고 액젓을 과다 투여한 실수를 말하는 것이다.
둘째, 김치 담그기에 대한 자만감이 지나쳤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김치담그기를 보아왔고 아내가 김치를 담글 적마다 보조 역할을 해왔다. 이것을 내가 잘 담근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옆에서 본 것과 실제 담근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자동차 운전의 경우와 같다. 조수석에서 본 운전과 핸들을 잡아본 운전은 전혀 다르다. 눈대중으로 어림짐작하여 양념을 넣은 실수를 말하는 것이다.
셋째, 깍두기 담그기 원칙도 모르고 응용을 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려면 기본과 원칙을 알아야 한다. 기본에 충실한 다음에 활용과 응용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 기본이 안 된 사람이 한 단계 높은 응용을 한다면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깍두기 담그는데 나박썰기를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 다시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번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지난 번 하고 달라진 점은 바로 정통 레시피를 보았던 것이다. EBS 프로그램 ‘최고의 요리비결’을 살펴보았다. 기본과 원칙을 알기 위해서다. 깍두기 담그기의 순서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다.
주방용 저울을 샀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적당량’이다. 과학적인 수치를 제시해야 하는데 경험에서 우러나온 용어를 사용하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장벽이 된다. 재료 몇 그램, 몇 티 스픈 등이 정확히 나와야 맛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내가 저울을 보고 깜짝 놀란다.
음식 만들기에서 ‘대강’과 ‘적당히’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하여 저울 이외에도 자를 준비하였다. 깍둑썰기가 2.5cm라면 거기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왜 이런 수치가 나왔을까? 오랜 경험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작게 썰거나 얇으면 수분이 빠져나가 아삭함이 줄어든다는 사실. 그런데 나박썰기를 감행하였으니….
지난 번 실수다. 무를 썰어 놓아 소금에 절이니 많은 양의 수분이 새어 나온다. 당황하여 이 물을 버렸다. 삼투압 현상에 의한 것임을 미처 몰랐다. 깍두기는 소금에 절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거기에다가 액젓을 쏟아 부었으니 이런 무식함이 또 있을까? 소금에 절이지 않는 것은 무의 아삭함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에는 이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재료를 정확히 챙기었다. 무 1개, 실파 100g, 절인 배추 200g, 미나리 100g, 고춧가루 40g, 설탕 1T, 고운소금 3T, 새우젓 2T, 다진 마늘 25g, 다진 생강 5g 등이다. 냉장고 파먹기 차원에서 실파 대신 대파를 사용하고 절인 배추 대신 절이지 않은 봄동을 사용하였다. 나머지 재료는 원칙대로 정해진 양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참고로 깍두기 담그는 순서를 정리해 본다. ①무 1개를 2.5cm로 깍둑썰기를 한다. ②7∼8시간 절인 배추 200g을 한 입 크기로 썬다. ③미나리 100g, 실파 100g을 2∼3cm로 썬다. ④깍뚝 썬 무에 고촛가루 40g을 버무린다. ⑤썰어 놓은 배추를 넣는다. ⑥새우젓 2T, 다진 마늘 25g, 다진 생강 5g, 설탕 1T, 고운소금 3T을 멓어 버무린다. ⑦썰어놓은 미나리와 쪽파를 넣고 버무린다. ⑧실온에서 3∼4일 두었다가 20일 정도 냉장 숙성시킨 후 먹는다.
퇴근하여 귀가한 아내가 깍두기를 맛보며 처음 내뱉은 말, "아, 맛있다!" 진담일까? 격려 차원의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