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집에는 커다란 경사가 있었다. 드디어 딸이 취업에 성공한 것. 그 동안 그렇게 어렵다던 청년취업, 말만 들었지 내 자녀가 거기에 해당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취업이 어려운 것은 경제가 어려운 까닭도 있지만 구직자가 그 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아무리 반반한 자격을 갖추고 있어도 취업은 바늘구멍 통과처럼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내가 아무리 잘났어도 회사가 그것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는데 까다롭기 그지 없다. 최종합격을 해도 인턴사원으로 복무시켜 그 사람의 자질을 최종적으로 검증한다.
지난 주 우리 집에는 커다란 선물이 도착했다. 바로 kt 황창규 회장이 보낸 입사 축하 카드. 축하 꽃바구니, 축하 와인이 도착한 것. 자식을 두고 살다보니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카드 내용을 보니 우리 딸은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하여 정식사원이 된 것이다. 장한 일을 해낸 딸이 기특하기만 하다.
부부가 교원이라 자녀들 학업을 잘 챙겨 줄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맞벌이라는게 그렇지만 부모는 부모대로 바쁘고 자녀는 자신의 일을 알아서 해야 한다. 우리 딸의 성장과정을 잠시 더듬어 본다. 미국 학교 교환학생, 외국어고등학교 졸업, 명문대학 입학. 8학기 중 7학기를 성적 우수 장학생, 학보사 기자, 학생회 임원 활동 등 열심히 대학생활을 했다.
그러나 취업은? 오라는 곳은 몇 군데 있었지만 본인이 내켜하지 않는다. 지난 2월 졸업 후 우리 집 밴드에 올라 온 글을 살펴보았다. SBS, KBS, 현대제철, 피엔지, 네이버, 현대오일뱅크,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현대산업개발, 엔씨소프트, 넥슨, 한국타이어, 아모레퍼시픽, kt 등이 서류를 제출한 회사다. 입사전형도 만만치 않다.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까지 최종 통과해도 인턴사원이다. 이렇게 사회는 차가운 것이다.
회사는 똑똑한 인재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회사에 맞는 맞춤 인재를 원한다. 모 방송국 PD 지원 후 사장 면접까지 보고나서 합격한 여자 동료를 보고 딸은 억울해 한다. 아무리 비교해도 그들보다 자기가 못한 것이 없다고 한다. 여러 날 숙식을 함께 하면 지켜본 결과라지만 방송국의 선택을 인정해야 한다. 그게 취업의 현주소다.
부모로서의 취업 조언은 언제나 교과서적이다. 취업의 승자는 능력 좋은 뛰어난 인재가 아닌 잘 준비된 인재라는 것. 자기가 입사할 회사에 ‘내가 이렇게 잘 났소?’ 해 보았자 회사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준비된 인재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러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 인재상에 나를 맞추어야 한다.
입사지원서 작성에 세밀히 신경을 써야 하고 실전과 같은 면접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 부모가 코치한 것은 너무 덤벙대지 말고 침착하게 하라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편안하고 웃는 얼굴이 된다. 나 자신이 기본과 인간 됨됨이가 되었다는 것으로 면접위원에게 호감을 주라는 것이다. 정직 성실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하였다.
내가 교직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하나. 내가 아무리 유능하고 뛰어난 인재이면 무엇하나? 동료나 상사가 그것을 인정하고 발굴해야 빛이 나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인화 단결 협동이라는 조직체 생활도 중요하다. 조직의 발전도 꾀하고 나 자신의 성장도 동시에 도모해야 한다.
그 동안 아내는 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나는 딸의 행동이 너무 튀지 않도록 주의를 준 것 같다. 스스로의 능력을 과시하지 않고 인재로 인정받길 원했던 것이다. 최 회장은 130년간 대한민국의 정보통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끈 국민기업이라고 회사를 소개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혁신적인 통신과 ICT 융합 서비스로 대한민국을 넘어서 글로벌 제일을 지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장한 우리 딸, 입사를 축하하며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조직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