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깨끗한 모래와 자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냇가에서 실컷 멱을 감고 물장구를 치면서 신나게 놀다 보면 하루해가 금방 저물곤 했다. 물싸움을 하다가 지치면 큰 바위 위로 올라와서 놀다가 잠이 든 친구의 고추를 실로 묶어 놓고 친구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오줌을 싸는 모습을 지켜보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재미있다.
시냇가에 있는 큰 돌 몇 개를 살짝 들어보면 그곳에는 영락없이 가재들이 있었는데 빠알간 알을 밴 어미가재들 주변에는 새끼 가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어디 가재뿐이겠는가! 송사리, 피라미, 모래무지 같은 1급수에만 산다는 물고기들이 많이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고추를 한 소쿠리 따서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시며 서산에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돌아오셨다. 왼 종일 밭에서 고추를 따느라 허리가 아팠을 텐데도 불구하고 큰 대야에 물을 가득 받아서 등목을 시켜주셨다.
집에서 학교까지 20여리가 넘는 산길을 걷다가 목이 마르면 계곡을 따라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벌컥벌컥 들이 마시면 갈증이 해소되기도 했다. 지금같이 먹을 것이 풍부하지 못했던 때라 물 한 잔도 시원하고 맛이 있었다. 동네 우물가에는 큰 두레박이 있었고 물지게를 지고 이 집 저 집에서 물을 길러 온 아주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손빨래를 하면서 수다를 떨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어린시절 시냇가 물은 얼마나 맑고 깨끗했던지 얕은 곳은 밑바닥이 다 보일정도였고 송사리나 피라미 같은 물고기들이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쉽게 구경할 수 있었다. 깔을 베고 난 후 또는 가을에 타작을 할 때 땀이 나서 참기 힘들 때면 저수지 물로 풍덩 뛰어 들어 가서 멱을 감았다. 저수지 물에서 수영하는 것이 좀 시시하다 싶으면 조금만 걸어가서 강에서 신나게 수영을 하곤 했었다. 그 때는 저수지나 강물이 맑고 투명한 유리알처럼 깨끗했기 때문에 목욕을 하고나서도 개운하고 시원한 느낌이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동네 앞에 저수지는 아이들의 놀이터요 목욕탕이었다.
지난여름 방학, 고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점심 식사 후 옛날 생각만하고 수돗물을 틀어서 그냥 마시려고 하는데 큰형수님께서 “그냥 드시면 안돼요.”라며 펄펄 끓인 보리차를 주셨다.
“형수님, 수돗물은 안심하고 그냥 드시면 되요.”라고 말씀드린 후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 드렸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하고 있는 분이 어찌 형수님뿐이겠는가! 사실 나도 한 때는 그러한 근거 없는 오해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009년부터 환경부와 한국상하후도협회에서 주최했던 전국 초등교사 물 사랑 자문단장을 하면서 그러한 오해가 싹 풀렸다.
초등학생들의 수돗물에 대한 의식을 조사하고 창의적체험 활동 시간에 사용할 <물이랑 놀자>라는 교재를 개발하는데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정수장을 방문하고 물 사랑 콘텐츠 개선을 위한 모니터링을 실시하면서 수돗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 그러한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수돗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수돗물을 마음 놓고 일상생활에서 마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돗물보다는 정수기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수돗물 맛은 세계 7위로 매우 우수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식수로 마시는 비율은 5%정도로 일본, 미국, 영국 등 OECD국가에 비교해 낮은 편이라고 한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아리수’란 페트병 수돗물이 있지만 대부분 공식적인 회의석상에 사용되고 있다.
우리 몸의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물만 잘 마셔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품질 좋고 깨끗한 우리나라 수돗물을 안심하고 많이 마셔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