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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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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왕세자도 '야간 보충수업'을?


"난잡한 놀이를 즐기지 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날 것. 환관들의 말을 듣지 말고 뜻을 고상하고
원대하게 가질 것."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 김문식(39)씨와 아동문학가 김정호(36)씨가 함께 쓴 '조선의 왕세자 교육'에는 조선왕실의 체계적 교육 제도와 교과과정, 왕실 예법, 왕세자의 생활기록부까지 '왕자님 만들기'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단 한 명을 위한 특별 과외, 조선시대 최고 엘리트 교육. 500년이라는 풍상을 이겨낸 조선의 이면에는 이 같은 군주교육 시스템이 존재했다.

교사만 70명=20명의 과외 교사, 39명의 학습 도우미, 13명의 개인 사서. 단 한 명을 교육하기 위해 70명 넘는 인원이 투입됐다. 조선의 왕세자는 3정승을 비롯한 당대의 학자들에게 개인 교습을 받았고, 학습에 필요한 시중을 드는 하급 관리를 거느렸으며, 교육에 필요한 서책을 관리하는 장서각 관리를 따로 두고 있었다.

왕자의 일과=아침식사를 하고 바로 조강(朝講)에 들어갔으며, 낮과 저녁에는 주강(晝講)과 석강(夕講), 관리를 불러 공부하는 소대(召對), 밤중에 침실로 불러 공부하는 야대(夜對)가 있었다. 또 경서에 대한 지식을 평가하는 구술시험이 수시로 실시됐으며, 5일에 한 번은 배운 내용을 모두 점검하는 문제은행식 시험을 봐야 했다. 방학도 없었다.

원자가 세자로 책봉되면 본격적 제왕수업을 위한 세자시강원이 설치됐다. '효경'과 '소학'을 쉽게 풀어 쓴 '효경소학초해'나 역대 국왕의 행적 가운데 모범이 되는 사례를 모은 '조감' 등 특별 편찬된 책을 교재로 택했다.

활쏘기, 말타기, 사냥 등 체력 단련뿐만 아니라 친히 밭을 가는 친경례와 누에를 치는 친잠례 등을 통해 백성의 삶 체험에도 동참했다. 왕세자의 신분으로 왕의 업무를 대신하는 대리청정이 왕세자 교육의 마지막 코스였다.

예절 교육=아침에 일어나 왕실 어른께 문안을 올리고 저녁에 잠자리를 보살피며 식사를 살피는 게 기본. 행사에는 반드시 전례(典禮)가 따랐다. 어린 왕자가 스승을 처음 만나는 상견례, 강의를 시작할 때의 개강례, 성균관에 가서 사부에게 교육을 받는 입학례 등을 올렸다. 국가 행사가 있으면 국왕을 수행해 국가 전례를 익혔고 중국 사신이 왔을 때는 국가를 대표해 손님을 접대했다.

늘 정장을 해야하며 스승 앞에서는 자세도 흩뜨릴 수 없었다. 성균관 안에서는 스승에게 먼저 고개를 숙여야 했고 격이 낮은 계단과 통로를 이용해야 했다. 수업을 받을 때는 책상을 사용하지 못하고 바닥에 책을 놓고 수업을 들어야 했다.

음식, 목욕까지 철저 관리=태어나기 전 몸을 단정히 하는 태교에서부터 시작된 왕자 교육은 왕위에 오르기까지 쉬지 않고 계속된다. 보양청과 강학청에서 담당한 어린 원자 교육은 '천자문' '동몽선습' 등 경서 학습뿐만 아니라 음식과 옷차림을 보살피는 일까지도 포함했다. 머리가 맑아지는 조청을 올리고 피로를 풀어주는 소금 목욕을 권했으며,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함께 공부하는 아이를 뽑기도 했다. 모두 학습 능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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