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교수-학습 목표를 최대한으로 달성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며, ICT를 활용하는 것은 수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수단을 강보함으로써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게 하며, 결과적으로는 교사들의 수업능력이 떨어지게 유도하고 있다.
요즘 교육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ICT 활용 교육에 관한 이야기이다.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들을 접하게 되는 요즘 모든 정보를 암기식으로는 학습될 수 없다는 판단, 그리고 그런 지식은 효용가치가 적다는 판단에서 학생들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자기만의 지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 ICT 활용 교육이라고 본다. 정부에서는 수업 시간 중 ICT 활용 비율을 정해 놓고, 2001년부터는 10% 이상, 2005년부터는 20% 이상 수업시 ICT를 활용하여 수업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그 실행 결과를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ICT를 활용하여 수업을 하면 능력 있는 교사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능력이 부족한 교사라고 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ICT 활용 교육의 문제점과 개선점들에 대해 현장 교사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첫째, ICT 개념이 불완전하게 정의되어 있어 혼란스럽다.
ICT 활용 교육에 이용되는 정보화기기에는 분명 컴퓨터, 실물화상기, OHP, 프로젝션 TV, VTR/VCR, 녹음기 등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실제로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만이 ICT 활용 교육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ICT 활용을 강조하는 지금 과연 ICT라는 말이 부각되기 이전의 교단에서는 ICT 활용 교육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ICT라는 말은 요 몇 년 사이에 부각되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이전부터 ICT를 활용해 왔다. 아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OHP를 사용했고, 신문을 활용하는 NIE 수업에서도 ICT를 활용해서 수업을 했다. ICT 활용 능력을 학습이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생성, 처리, 분석, 검색하는 것이라고 보면서 무의식중에는 컴퓨터 관련 매체를 활용하는 것만을 ICT 활용 교육이라고 보는 것은 아닌가 싶다. 컴퓨터를 통해서 주어지는 정보를 다루는 일이 정보능력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ICT에 관한 보다 정확한 개념 정의가 교사들의 ICT 활용 교육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 본다.
둘째,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느낌이 있다.
수업에서 ICT를 활용하는 목적은 교수-학습 목표의 극대화를 이루기 위해서이다. 바꾸어 말하면,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교수-학습 목표를 최대한으로 달성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며, ICT를 활용하는 것은 수업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수단을 강조함으로써,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게 하며, 결과적으로는 교사들의 수업능력이 떨어지게 유도하고 있다. 교사들 나름대로의 학습 목표 도달을 위한 수업 방법들이 있을 텐데, 너무 ICT 활용 교육을 강조하다보면 자신의 것을 버리고 다른 것을 따라가게 되어 수업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ICT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님을 강조하지만 수단의 활용비율을 정하고 확인하며 독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교사들은 수단을 더 의식하게 될 것이다.
셋째, 컴퓨터라는 매체가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다.
교수매체란 결국 교육목표가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달성될 수 있도록 돕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매개수단이다. 학습이 쉽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것을 먼저 제시하고 차츰 추상적인 것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 경험이, 추상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인 자료가 더 효율적이다.
[PAGE BREAK]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는 구체물의 조작이 영상매체보다는 학습의 효율을 높여줄 것이다. 그러나 ICT 활용 교육으로 컴퓨터라는 매체를 주로 사용하는데 저학년부터 일괄적으로 실시하게 됨으로써 그 효율을 떨어뜨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여러 다양한 매체들은 각기 독특한 면과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학교에서 교수-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특정 매체만이 학습에 최선이 될 수 없다. 학습내용과 목표에 따라서 또한 어떤 환경에서 제공될 것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적당한 매체를 선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매체들에는 각기 장점이 있어서, 교사들은 각 매체의 특성 및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해당 수업 목표의 달성을 위하여 가장 효율적인 매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ICT에 대한 활용을 안내할 때에는 여기에 포함되는 각 매체의 특징 및 장단점을 소개하며, 이를 가장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업 목표 및 상황을 안내해야 한다.
교사들의 ICT 활용 교육 관련 연수를 보더라도 컴퓨터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CT 활용 교육이 강조되면서 정보화 관련 연수가 강화되었다. 교사들의 정보화 능력을 신장시켜 수업에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정보화 능력 신장으로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은 크지만 너무 컴퓨터 관련 내용만 다루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를 제외한 나머지 교사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자료제작에 관련된 내용도 첨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CT 활용 교육의 주된 목적이 학생들의 고등 정신력 신장이므로 10% 사용하라, 20% 활용하라는 식의 강요보다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제공하도록 권장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교사들의 교수-학습 능력의 감소가 우려된다.
Bromley와 Apple에 의하면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컴퓨터를 많이 사용할수록 ‘타인의 아이디어를 실행만하는 단순 노동자’로 전락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교사들은 ICT를 활용하면서, ‘이미 만들어진 코스웨어’가 담긴 CD-ROM이나 인터넷 자료를 대형 TV를 통하여 제시하면서, ICT를 활용했다고 자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사들은 수업을 ‘계획하는 일’에 참여하지 않고 ‘실행’만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교사들의 마우스 클릭에 따라 교수-학습 과정이 모두 진행되는 사이트가 있다. 작년까지 나 또한 그것을 자주 사용해 왔다. 교사가 동기유발 자료를 특별히 준비하지 않아도 교사의 마우스 클릭에 따라 동기유발 자료 화면이 나오면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먼저 학습 내용에 대한 이해가 덜 된 상태에서 마우스 클릭에 의존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이 컴퓨터에서 나오는 화면이나 목소리보다는 교사가 스스로 준비한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분명 마우스 클릭으로 수업을 마친 교사는 ICT 활용 교육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학습 내용을 분석하여 이야기를 준비하고, 학습 진행 과정을 준비한 교사는 ICT 활용 교육을 하지 않았다고 볼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은 교사들의 학습 내용 파악 능력이 떨어지고, 그 결과 아이들의 성취도 역시 떨어질 것이다.
[PAGE BREAK]다섯째, 소양교육에 비해 활용교육이 미흡한 상태이다.
학교별로 재량활동 시간을 컴퓨터 교육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글도 쓰고, 서로 의견도 주고받고, 그림도 그려볼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한 활동은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들이다. 다만 아이들이 신문, 잡지, 책,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그것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에는 조금 인색한 느낌이다. 정보를 찾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를 위해 학습자의 정보 가공 활동을 위한 명확한 준거와 안내가 필요하다.
과제 수행을 위해 웹이나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할 때 교육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학습자들이 방대한 자료를 여과과정 없이 그대로 복사하기에 급급하다는 문제이다. 인터넷의 정보탐색 용이성과 신속성은 분명 교수-학습활동에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지만 사고력, 종합력, 분석력, 문제해결력과 같은 고등인지능력의 신장을 지향하는 학교 교육은 결코 이런 문제들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학습자들이 숙고의 사고과정을 통해 유의미한 정보를 가공할 수 있도록 학습자의 인지적 능력과 학습과제의 특성에 적합한 정보 가공 안내 체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ICT 활용 교육에서 문제점들을 나름대로 제시해 보았다.
ICT 활용 교육의 문제점으로 ICT 개념의 불완전한 정의, 목적과 수단의 전도, 컴퓨터라는 영상 매체의 지나친 강조 등을 들었는데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예로 많은 자금과 노력을 들여서 제작해 놓은 자료들이 노력만큼의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고 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 자신도 최근에야 에듀넷,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수업에 활용 가능한 자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업 내용에 대한 분석을 한 후 필요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노력과 관심이 아이들의 정보활용 능력 신장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되리라 본다.
현재 ICT 활용 교육은 교사 주도적이기보다는 정책으로써 교사에게 강요되고 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김영환(1999)의 지적을 모두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인터넷을 잘 활용해서 좋은 수업을 하는 교사는 아마도 인터넷이 없이도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좋은 수업을 하고 있는 교사라면 자기주도적으로 외부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서툴지만 조금씩 지속적으로 변화를 실행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