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로 인해 학교, 교실, 교사, 그리고 심지어는 학생들까지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의 핵심에는 ICT 활용교육에 대한 오해들이 있었다. 이러한 오해들 중에는 ICT 활용교육을 인터넷을 활용하고, 주어진 최신의 교수매체를 활용하며, 그것을 제시하여 학습자에게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등이 있다.
현재의 사회가 산업사회에서 후기 산업사회로, 다시 지식기반사회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감에 따라 교육의 체제 또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의 인프라는 교육에 그대로 도입되어 교육의 목적과 방법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른 교실의 변화는 일대 혁신이라 할 만큼 과거의 전통적인 면대면 수업과 하달식 암기수업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정보통신기술인 ICT 활용 교육은 학교에 정착을 시도하고 있는 신 교수-학습 방법(환경)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새 교수방법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ICT 활용 교육을 시도하는 교사들이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 요즘 흔히 접할 수 있는 학교의 모습이다. 예를 들어, 교무실에서 나이가 지긋하신 선생님들의 푸념은, “정말, 이제 컴퓨터 모르면 수업도 못하는 건가?”, “국어 교과를 지도하라는 것인지 컴퓨터를 지도하라는 것인지…”, “ICT 교육, 이거 한 이삼 년 하다가 말겠지…” 등등.
필자는 교직을 선택하여 근무한 지가 이제 3년이 되었다. 그 동안 ICT를 직·간접적으로 활용하여 수업을 해 왔으며 개인적으로 ICT를 다룰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 그에 대한 특별한 준비를 하기보다는 교실 환경에서 허락되는 기자재를 편하게 활용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 ICT 활용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생각하였던 문제점을 제시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가급적 현장 교사의 입장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ICT 활용 교육이 지향하는 바인 교실 수업의 개선, 변화하는 사회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교사와 학생, 나아가 날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공교육을 염두에 두고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현장의 목소리
ICT로 인해 학교, 교실, 교사, 그리고 심지어는 학생들까지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의 핵심에는 ICT 활용 교육에 대한 오해들이 있었다. 이러한 오해들 중에는 ICT 활용 교육을 인터넷을 활용하고, 주어진 최신의 교수매체를 활용하며, 그것을 제시하여 학습자에게 프리젠테이션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등이 있다. 또 모범답안이라고 생각되는 교수-학습과정안을 도입하여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ICT 활용 수업인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다. 그런 오해들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첫째, ICT 활용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왜 ICT를 수업에 활용하는지에 대한 의식을 분명하게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둘째, ICT 활용 범위와 계열성이 그 활용 목표에 준거하여 제공되어야 한다. 어느 교과에서 어떤 계열성을 갖고 어느 범위의 ICT를 활용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의 제공이 필요하다.
[PAGE BREAK]셋째, ICT 소양 교육과 활용 교육과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이 점은 교사들로 하여금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즉 교과에서 ICT의 능력을 가르치는 일이 발생하여서는 안 되며 ICT의 어느 능력이 자신의 교과에서 어떻게 응용되는지에 대한 방향이 제시되어 있어야 한다.
넷째, ICT 기자재가 포함하는 범위에 대한 혼돈을 없애야 한다. 즉 어느 매체이든지 간에 수업에 도입되어 정보통신 활용능력을 기를 수 있다면 ICT가 될 수 있다. 첨단의 기술만이 ICT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오해에서 비롯되어 현장에서는 실제로 다음과 같은 일들이 ICT 활용의 현안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즉, ICT 활용의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일들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모든 교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현장의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사들이 모든 학습자료를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는 것이다. 컴퓨터로 작성한 수업자료가 대형 프로젝션 TV의 화면에 뿌려져야만 ICT 활용 교육이 된다고 생각한다. 왜, 사회과 선생님이 수업에 참고가 될 만한 작은 지도 하나를 프린트 하여 나누어 주고 이를 활용하는 수업하는 것은 ICT 활용 교육이 될 수 없는가라는 의문이 남게 된다.
둘째, ICT 활용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점에 대한 구분을 하지 못하고 있다. ICT가 교실 수업을 개선한다고 하지만, 정작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투입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교사들에게 부족하다. 과학 실험 수업에서 순간적인 변화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ICT는 참으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찰나의 변화를 낱낱이 찍어서 학습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습자 스스로 실험을 해야 하는 경우까지, 모든 과정을 ICT 활용 교육을 한답시고 플래시나 동영상 자료로 대신한다는 것은 교육에서 학습자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셋째, ICT 활용 교육에 대한 강제적이고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교사의 수동성도 문제이다. 필자는 컴퓨터 사용이 TV를 켜는 것처럼 쉬워질 때까지 안 배우겠다고 이야기하는 교사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비단 ICT 활용 교육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ICT에 적극적인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들 간의 ICT 소양 능력의 개인차가 너무 커서 ICT 활용 능력에서도 교사들 간 또는 교과목 간의 불균형 문제를 야기시킨다.
넷째, 교과진도에 대한 부담감이다. 고입·대입 등 입시교육 위주의 학교교육 분위기는 다양한 ICT를 활용할 만한 시간과 여유를 교사들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ICT가 때로는 많은 내용을 집약하여 제시해 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교사들의 미숙한 기기 조작이나, 오작동 등으로 인해 수업 시간을 많이 차지해 버리기 때문이다.
다섯째, ICT만으로는 학습자의 내면적인 동기유발까지 얻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순간적인 호기심을 자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러한 호기심은 비슷한 매체가 여러 번 사용될 경우 반감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교사는 학습자들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게 되고, 실제 교과내용 학습보다는 그 제시되는 자료나 활용되는 매체의 외면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여섯째, ICT 활용 교육이 컴퓨터 지향적으로 편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경우 C-ICT(Computer-related ICT)와 T-ICT(Traditional ICT)로 구분하여 두 가지에 동일한 비중을 두고 교사들을 교육하고, 학생들에게 투입한다(Teacher Training Agency: TTA, 2001b). 정보 소양을 바탕으로 하는 정보능력은 비단 컴퓨터를 잘 다루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이상과 같이 현장에 주어지는 부담 및 문제점들을 파악하여 해결하려는 노력이 교사나 교육행정가들, 그리고 관련 연구원들에게서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PAGE BREAK]나의 목소리
앞서 학교 현장에 적용된 ICT 활용 교육의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다. ICT로 인해 많은 교사와 학교가 혼란을 겪었으며, 긴 혼란의 터널을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ICT 활용 교육이 컴퓨터 지향적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다. 정보 소양 능력에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도서관 활용, 신문에서 필요한 내용 습득, 주어진 연구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 등도 포함될 수 있으며, 이것들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ICT 소양 교육에 디지털카메라 작동법, 캠코더 작동법, 효율적인 도서 검색방법, 연구방법 등도 같이 포함되어야 다양한 ICT를 교실 수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둘째, ICT 활용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지침이 없다. 현장에서 조금 더 활발하게 ICT 활용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어떤 수업이 좋은 ICT 활용 수업이며 그 수업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제시되어야 한다. 한 예를 들면, ICT를 활용한 수업과 그렇지 않은 수업에서 똑같이 기존의 암기식 필답형 시험으로 학습자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그리고 그 결과로 수업의 효과성을 논한다면 적절한 ICT 활용 수업의 결과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며 ICT 활용 수업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도 있다. ICT를 수업에 10%만큼 도입하기로 했다면, 그러한 수업에 있어서는 평가에서도 상응하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교사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ICT 활용 교육을 하라는 지침이 오더라도 실제로 연구수업이나 시범수업을 해야 할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신의 ICT 기자재의 활용이 필요하며 교사가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수업 및 학습의 효과성이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사전의 준비 등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ICT란 상황맥락에 따라 투입의 방법이나 범위가 다르다. 똑같은 내용으로 수업을 하더라도 교실의 기자재 상황이나 학습자의 수준, 교사의 수준, 주변환경에 따라 그 활용 형태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준비의 몫은 교사들의 것이다.
넷째, ICT 활용의 수업이 보다 더 효과적으로 전파되기 위해서는 현장 교사의 활발한 의견 수렴이 전제되어야 한다. 교사들의 불만 내지 불안은, ICT 활용 교육의 파행적 시도와 하향식 전달 체제에서 온다. ICT 활용 교육의 성공적인 정착으로 어떻게 하면 ICT를 활용하여 초기의 교육 목표에 대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인가는 교사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런데, 선진국에서 ICT 활용 교육을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은 결국, 우리의 학교 현장의 실정을 무시한 단순한 모방의 형태로 남아, ICT와 학습이 융합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가 왜, 어떻게 ICT 활용 수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사들의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