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자립형 사립고가 시범운영에 들어간 가운데 이의 확대 및 해제를 두고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현재 시범 운영되고 있는 6개 학교의 운영 결과를 평가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지정권을 시·도교육감에게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어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자립형 사립고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이 열려 관심을 끌었다.
◇문제점 및 발전 과제
학생선발권과 교육과정 선택권, 등록금 책정권 보장을 목적으로 추진된 자립형 사립고는 현재 민족사관고·광양제철고·포항제철고(2002년), 해운대고·현대청운고·상산고(2003년) 등 6개 학교가 시범운영중이다. 자립형 사립고 발전 서울대연구팀(팀장 서울대 윤정일 교수)이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에서 ‘자립형 사립고의 현황과 발전과제’를 발표한 홍익대 서정화 교수는 “시범학교로 운영중인 6개 학교를 분석해본 결과 학교 선택권 및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서교수는 ▲자립형 사립고 운영에 대한 정부의 의지 부족 ▲입시과열 및 귀족학교라는 사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 ▲까다로운 지정요건 ▲초·중등교육법 적용으로 인한 자율권 제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서교수는 발전과제로 우선 사립고를 자립형, 자율형, 보조형, 관리형 등으로 나누고 체제에 따라 재정지원과 자율성의 폭을 차별화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자립형 사립고의 경우 교육여건, 재정자립도, 장학금 등 일정 요건을 충족시키는 사학을 자립형 사립고로 지정하고 단계적으로 등록금의 상한선이나 학생선발 등에서 최소 기준만 충족하면 설립을 허용하도록 자립형 사립고 설립 및 운용 준칙주의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교수는 또 학생납입금 대비 법인전입금을 8대 2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기준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국가의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교수는 이와 함께 시범학교로 지정된 학교들이 입시명문고로 전락하지 않도록 다른 학교와는 차별되는 특성화 교육을 실시할 것과 자립형 사립고가 교육이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반 육성정책을 비롯한 법적 지원체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교수는 자립형 사립고가 초·중등교육법의 자율학교 조항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으나 이 조항은 자립형 사립고의 납입금 제도나 재단법인의 전입금 수준, 학급당 학생수 등 자립형 사립고의 정책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별도의 법령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 영재교육연구실장은 ‘고교 영재교육의 현황과 발전과제’를 통해 “현재 1개의 영재학교와 73개의 특목고가 있지만 이 가운데 특목고의 경우 더 이상 영재교육 기관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목고 졸업생에 대한 별도의 대입전형 적용과 교원선발의 자율권 보장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현재 영재학교로는 올해 3월 개교한 부산과학고가 유일하다. 지난해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특수목적고인 부산과학고가 처음으로 영재학교로 지정·전환됐다.
◇정부 입장
교육부는 2005년까지 시범운영중인 6개교의 결과를 평가한 뒤 확대나 해제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시범운영기간 동안 교육과정운영, 교사확보, 재정 운영 상태 등을 종합 검토해 발전가능성이 있다면 확대하고 문제가 있다면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동시에 지정권을 시·도교육감에게 이양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며, 시·도교육청이 이를 적극 찬성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영재학교에 대한 추가 지정 여부도 현재 운영중인 부산과학고의 성공여부를 2005년 이후에 검토한 뒤 결정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