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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인터넷 수난시대

독일에서는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이유로 미움을 받는 교사들이 인터넷상에서 인권 침해를 받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학생들이 익명으로 행하는 특정 교사에 대한 인신공격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봄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어느 학교에서 생긴 일이다. 라틴어 성적이 부진했던 급우가 퇴학당한 일에 앙심을 품은 소년들이 교사 처형 장면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문제의 교사는 엄격하기로 악명이 높았고, 그 학교의 거의 모든 학생들이 라틴어 과목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았었다. 소년들은 문제의 라틴어 교사 사진을 구해 머리 부분을 붙이고 몸은 만화로 그려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 동영상엔 문제의 교사가 길을 걷는 장면이 나오다가 갑자기 총이 나타나 머리를 쏜다. 그러면 피를 뿌리며 머리가 굴러 떨어지는 끔찍한 장면이 이어진다. 동영상 아래엔 이 교사 때문에 누가 퇴학당했다는 설명이 자막으로 붙어있다. 이 일을 공모한 학생들은 아직 만 14세도 안된 소년들이었다.

필로로기 연합이 보고하는 또 다른 충격적인 사례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포르노 몽타주 사건이다. 중서부 지방인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의 통합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학생들 사이에 포르노 몽타주를 유포시켰다. 이 몽타주엔 이 학교 교사와 학생이 주인공이다. 배경이 바로 그 학교 교실이어서 교사들을 경악시켰다. 이 몽타주는 거의 진짜 사진과 흡사해서 전문가도 못 알아 볼 지경이었다. 이 사진들은 학생들 핸드폰의 블루투스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었다.

인터넷 교사 인권침해 사례 심각
또 독일 북부 소도시 헤밍엔의 어느 미술교사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동료교사들을 싫어하는 학생들의 ‘증오클럽’을 발견해서 정신적 공황에 빠졌던 경험을 고백했다.

그밖에도 유투브를 통한 여러 가지 교사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원래 영국에서 시작되었던 사이버 모빙1)이 독일에도 문제를 일으킨 지 오래다. 2007년 한 해 동안 그 사례가 셀 수 없이 많다. 독일 인문계 교사연합회인 필로로기 연합 의장 하인츠 페터 마이딩어는 독일 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교사가 함부로 공격해도 되는 사냥감인가. 독일의 학교 중 사이버 모빙 경험이 없는 학교는 거의 없을 정도”라고 지적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특히 그는 웹사이트 동영상포털, 채팅사이트에 교사를 모독하는 내용의 글이나 사진, 동영상이 실리는 것에 대해 금지조처를 취할 것을 정치계에 요구했다.

그렇지만 사이버 모빙 사례를 세상에 내놓고 알리는 데는 교장들에게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건으로 학교의 명성이 땅에 떨어지고, 문제의 동영상이나 글, 소문 더 확산되는 것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로로기 연합 의장 마이딩어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무조건 금지시키고 처벌하는 것보다 아이들을 교육으로 계몽, 순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런 실상을 부모들이 낱낱이 알게 된다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왜 나쁜지 스스로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 평가 사이트 고등법원서 허가
한편 인터넷의 상징적 처형, 언어폭력, 포르노 몽타주 같은 인신공격에 비해서는 건전하지만 교사의 입장에서 반겨지지만은 않는 사이트가 있다. 바로 익명으로 교사를 평가하는 인터넷 사이트 ‘슈픽미히 포털’이다.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날 봐’란 뜻의 슈픽미히(www.spickmich.de) 포털사이트에선 학생들은 누구나 회원 가입 후 익명으로 자신의 교사를 평가할 수 있다. 2007년 초에 만들어진 이 사이트는 큰 인기를 끌어 현재 등록한 회원이 25만 명이고 평가 대상 교사는 10만 명에 이른다.

사이트 운영자는 쾰른 대학 재학 중인 대학생 3명이다. 작년에 교수의 사생활 보호문제 논란이 일었던 교수평가 사이트인 마인 프로프(MeinProf.de)를 그대로 본떴다. 회원 5만 명의 교수 평가 사이트인 ‘마인 프로프 사이트’(‘우리교수’라는 뜻)도 교수 강사 협의회의 강한 반발을 받고 있다. 이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교사 평가 사이트 슈픽미히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교사들도 기분 좋을 리 없다. 이에 따라 이 사이트에 적극적 대항하는 교사도 있다. 쾰른 근교 소도시 노이키르헨 플루인에서 재직 중인 여교사가 이 사이트에 올려진 자신에 대한 평가를 인격권 침해로 보고 쾰른 고등법원에 해당 포털사이트에 대한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교사 평가 기준으로 ‘수업 준비 양호’, ‘공정한 성적 매김’, ‘멋지고 유머감각 있음’ 등이 있다. 얼마 전까지는 ‘섹시함’, ‘못생겼음’과 같은 인신 공격적 평가 기준도 있었으나 사이트 운영자 측에서 삭제했다. 법원에 슈픽미히 사이트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여교사는 1등급에서 6등급까지 있는 점수에서 4.2등급으로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쾰른 고등법원은 “학부형과 학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고 바람직한 의사소통을 돕는다”는 논거와 자유로운 의사표현 기본법에 의거해 이 사이트에 대해 금지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판결을 내렸다.

교원단체들 “교사들 인격권 침해다”
이에 독일 교직원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필로로기 연합 의장 마이딩어는 “교사를 평가한다는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 교사가 평가와 비판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교사의 인격권이 완전히 짓밟힌다. 예를 들어 전체 학급이 어떤 특정한 교사를 골탕 먹이기 위해 함께 짜고 인터넷 평가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교사평가 사이트의 부작용에 대해 토로했다.

또 필롤로기 연합은 “교사의 사생활보호는 보통시민들보다 덜 중요하게 다뤄진다”며 “사실이 왜곡되기 쉬운 인터넷 공간에서 교사를 공공연히 노출시키는 것은 사이트 운영자가 대중에게 주목받아 광고 수익을 얻으려는 속셈이다”라며 슈픽미히 포털사이트를 비난했다. 한편 교육과 학문 노조는 “인터넷은 교사평가를 하기에 교육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공간”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세 명의 대학생들은 교사들이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를 이해 못하겠다고 말한다. 사이트 운영자 티노 켈러는 “우리는 정당한 토론이 이뤄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모욕적인 언사들은 즉시 삭제한다. 또 이 사이트는 명예 규약을 정해 놓았다”면서 “우리 사이트는 모욕, 비방이 들어있는 글들이 서있을 자리가 없다”고 항변한다. 또 그는 “사이트를 비난하는 교사들은 대개 보통 학생들에게서 나쁜 평가를 받은 교사들이다. 그들은 왜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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