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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틀 바꿔야" "틀 유지해야"

' 해마다 되풀이되는 '평준화' 논란

'집값'과 '교육' 인과관계 "있다" "없다"
재계 등 폐지 주장, 정부는 유지 고수


고교 평준화 논란은 해마다 되풀이되는가. 교육계가 또다시 평준화로 시끌벅적하다. 서울 강남 집 값 상승의 주범으로 교육문제가 지목될 때마다 벌어지는 연례행사. 작년에도 똑같은 논란이 있었지만 부동산대책이 흐지부지 되면서 함께 잊혀졌던 이 논란이 최근 각계에서 고교 평준화 정책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다시 핫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평준화 논쟁은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촉발시켰다. 김 부총리는 9일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종합 부동산대책에 관해 언급하면서 "서울 강북에 특수목적고를 더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현행 고교평준화 틀을 바꿀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10일 한강포럼 주최 강연회에서 “지방과 서울 각 지역에 비평준화 명문고가 있다면 학부모들이 굳이 서울 강남으로 이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론인 고교입시 부활을 주장했다.

박 승 한국은행 총재도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서는 뒤틀린 교육제도 개혁부터 단행해야 한다”며 현행 입시제도의 개편을 촉구했으며,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도 여기에 가세했다. 최 장관은 14일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 비평준화를 할 수는 없지만 비평준화가 부동산 가격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평준화를 개선해야 교육 수준이 높아진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평준화 폐지 주장은 16일 경제계 원로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재차 거론됐다. 원로들은 "사립학교뿐 아니라 공립학교에도 경쟁이 도입돼야 한다"며 "전면적인 실시가 어렵다면 우선 지방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해 확대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14일 국회 연설에서도 등장했다.

여론조사와 네티즌 설문조사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소속 정몽준 의원이 10일 밝힌 '고교진학제도에 대한 학부모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학부모 600여명 가운데 58.1%가 평준화 폐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선일보도 23일 고교 평준화를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교사는 23%로 '폐지하자'(27%)보다 적었으며, '보완하자'(46%)는 의견이 절반에 달했다고 교사, 학부모 등 642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중앙일보 인터넷 토론방에서도 "현재의 교육제도는 하향식 평준화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마저 침해하고 있다"며
평준화 폐지론을 주장하는 네티즌의 숫자가 우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교육부는 평준화 폐지 불가입장을 거듭 확인시켜주고 있다. 21일 노 대통령은 태국 방문중에서까지 '평준화틀 유지'를 천명했으며, 윤덕홍 교육부 장관은 15일 전경련 교육개혁특별위에서 "집 값과 교육문제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초중고 교육은 공공성이 원칙이며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유인종 서울시교육감도 22일 "부동산 대책을 교육제도와 연계하는 것은 효과도 거의 없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고교 평준화의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지난 15일 차관회의의 법안 심의에서 시·도 교육감에게 고교 평준화의 지정권한을 넘기는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개정안은 더 종합적으로 논의·판단해야 할 일이라며 보류 결정이 내려졌으며, 교육부는 고교 평준화 결정 권한이
시도교육감에 이양된 후에도 평준화 해제권한은 한시적으로 교육부장관이 계속 갖도록 할 방침이라고 2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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