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국회법 개정과 총선 일정이 맞물려 산적한 교육관계법의 제·개정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몇 년째 교육계에서 요구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집중적으로 논의돼 통과 가능성을 점쳤던 일부 법안들의 경우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국회교육위에 계류돼 있는 법안은 1일 현재 53개. 이중 올해 의원발의로 제출된 법안만 20개에 달하지만 통과된 법안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정부가 올해 제출한 법안 1건만 의결을 마쳤다. 계류돼 있는 법안 중에는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위해 수년간 논의되고 있는 유아교육법안,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담은 학교폭력예방법안 등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제정이 이뤄지지 못한 법안이 상당수다.
특히 유아교육법의 경우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뤄지지 못할 경우 15대에 이어 16대에서 마저 자동 폐기되는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이밖에 정년재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계류돼 있다.
이번 주 진행되는 2004년도 예산안 심의가 끝나면 상임위는 사실상 활동을 멈추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는 법안 심사가 이뤄졌지만 올해는 개정된 국회법으로 인해 힘든 상황이다. 국회는 지난 1월 법안 심의로 인해 예산처리의 부실을 막자는 이유로 국회법을 개정해 정기국회동안에는
예산관련 법안들만 다루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산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법안들은 심의대상에 들지 못한다. 물론 단서 조항을 달아 시급한 법안의 경우 여야가 공동으로 심의, 의결할 수도 있지만 현재 교육위원회의 분위기로는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교육위 관계자는 "여야 간사들이 합의를 하면 관련 법안이 처리될 수도 있지만 총선 등 정치변수를 감안할 때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의원실에서도 법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국회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아교육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온 이원영 중앙대 교수는 "15대 국회에 이어 16대 국회에서 마저 정치권이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 조율을 이유로 또다시 법안제정을 미루는 것은 국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