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은 독일 교육 지형을 판가름하는 역사적 날이었다. 이날 함부르크 시민들이 투표로 함부르크 시정부 교육개혁에 대해 찬반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안건은 인문 실업계 분리시기를 늦추자는 취지로, 초등학교 4학년 과정을 6년으로 연장하는 것이었는데 투표 결과 함부르크 시 정부가 야심 차게 내세운 교육개혁은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이날 시민투표 결과는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승리였다. 그 여파로 현 함부르크 시장 올레 폰 보이스트가 시민투표 다음날 사임을 발표했다. 이 사건은 비록 일개 도시의 일이지만, 독일 전체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 ‘함께 더 오랫동안 배우기’ 프로젝트, 즉 인문 · 실업계 조기 분리의 폐해를 줄이려는 교육 개혁을 계획하고 있던 다른 연방주 정부들은 긴장하고 있다. 이번 함부르크 사태로 지금까지 대세였던 교육기회균등 정책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독일 교육제도를 살펴보자면, 16개의 연방주로 이루어진 독일의 각 주는 고유한 교육정책을 편다. 그 결과 각 주마다 교육제도에 약간씩 차이가 난다. 가령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에선 7학년부터 인문 실업계학교가 분리되지만, 나머지 주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인문 실업계 학교로 진학한다.
또 피사테스트 분석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독일에선 부모의 학력수준과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률의 상관관계가 특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독일은 지난 2007년 유엔으로부터 인문 · 실업계 조기 분리로 교육기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독일 교육정치계에선 불평등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독일의 독립 연방주이기도 한 함부르크 시는 2008년 역사상 최초로 보수당인 기민련과 진보적 성향의 녹색당이 연정하며 화제로 떠올랐다. 기민련 소속이지만 비교적 진보적 성향인 올레 폰 보이스트 함부르크 시장은 녹색당과 연정한 거대 프로젝트로 교육기회균등을 위한 교육 개혁을 추진했다. 그 중 하나가 초등학교 과정을 연장함으로써 인문 · 실업 조기 분리로 야기되는 불평등을 완화시키려는 시도다.
그런데 기존 4학년 초등학교 과정 제도를 옹호하는 ‘우리는 배우고 싶다’라는 학부모 단체가 시민 청원을 발의해 서명운동을 시작하더니, 마침내 이 안건이 찬반 시민투표까지 가게 됐다. 2년에 걸친 힘겨운 싸움이었다. 시민투표 이전에 이미 둘로 갈라진 개혁 찬반 진영의 수개월간의 대결은 매스컴의 단골 메뉴였다. 즉,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기민련, 녹색당 연정의 시 정부 측과 비교적 교육과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에 속한 학부형 단체의 갈등은 독일 국민의 이목을 끌었다. 결과는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는 고소득 고학력 계층의 시민단체의 활동이 교육개혁에 찬성하는 시민단체보다 더 많은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수 있었다. 이는 잘사는 지역의 투표율이 빈곤층 거주 지역의 투표율보다 월등하게 높았다는 데에서 잘 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