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인과 결과의 다양한 관계
어떤 이야기를 듣고 나서 우리는 ‘과연 그럴 수 있겠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앞뒤가 안 맞는 엉터리군’ 하고 반발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감상이나 평가에 관여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개연성 또는 인과성이다.
개연성은 절대적으로 확실하지 않으나 아마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성질을 가리킨다. 전통적인 논리학에서는 그럴 것 같다고 여겨지는 정도를 수량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경우를 개연성이라고 정의한다는데, 오늘날의 학문에서 보자면 이것은 수학의 확률이나 철학에서 말하는 ‘확실성’에 해당할 것이다.
한편 인과성은 원인과 결과가 맺는 규칙적인 관계를 가리킨다. 그런데 물리학처럼 둘 사이의 필요충분조건을 인과성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생물학처럼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필요 또는 충분조건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간암의 원인으로 흔히 지나친 술 담배를 거론하지만, 술, 담배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도 간암에 걸릴 수 있다. 즉, 술, 담배는 간암의 필요충분조건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 둘 관계를 딱히 인과성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개연과 인과는 원인과 결과의 다양한 관계를 나타낸다. 개연성과 인과성은 학문적으로 매우 중요한 개념 범주에 해당하며 우연성, 가능성, 필연성 같은 개념과도 관계가 깊다. 여기에서는 특히 문학과 역사를 둘러싸고 두 개념을 통해 드러나는 문제의식과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자.
인과 관계로 이루어진 서사의 구조
사건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서사문학에서 개연과 인과는 핵심을 차지한다. 서사에서는 시간적 질서가 무척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인과적 질서도 중요하다. 서사의 모든 요소는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알기 쉬운 예를 들자면, “왕이 죽고 왕비가 죽었다”는 시간적 질서만 나열한 것이다. 그러나 “왕이 죽자 왕비가 죽었다”는 두 죽음 사이에 모종의 인과 관계가 있음을 슬며시 내비치고 있다. 전자는 서사에 못 미치지만, 후자는 서사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일어난 사건들을 시간적 순서로만 나열한다면 단순히 사건의 기술에 그칠 것이다. 어떤 사건의 기록으로서 날짜별로 찍어놓은 필름 다발이 곧바로 다큐멘터리 영화가 될 수 없는 이치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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