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일고등학교는 요즘 울타리 조경 공사가 한창이다. 콘크리트 담장을 헐어내고 측백나무와 단풍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자연 울타리를 만들고 있는 것. 새 울타리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구일고교는 이제 공원과 같은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삭막한 도시의 표본인 담장이 사라지고 있다. 높다란 담장을 허물고 자연조경을 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1996년 대구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2002년 고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하면서, 전국 각지 학교들의 동참으로 점차 그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강동구 성내초등교와 구로구 영서중학교 등 이미 160여 개 학교가 담장을 없애고 화단을 설치했으며, 서울 구일고 등 80여 개 학교가 담장 허물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초중고뿐만이 아니다. 공원 못지 않은 넓은 녹지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들도 담장 허물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성공회대와 중앙대는 이미 담장을 허물어 캠퍼스를 주민들에게 개방 했으며, 지난 달 13일 청주교대도 연말까지 200m의 담을 허물고 조경시설과 산책로를 설치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담장이 있던 자리에 야생화와 수생식물, 조경수 등을 심어 시민휴식공간을 만들 계획이라는 것이다. 청주교대 홍진수 학생은 "청주 우암초등교와 용암초등교의 담장이 이미 사라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소공원으로 조성되었다"며 "면학분위기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대학을 지역주민에 개방하고 교류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담장 허물기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연세대가 내년 말까지 1.5㎞의 담을 허문 뒤 자연 친화적 캠퍼스를 조성키로 했으며, 서강대와 명지대, 고려대도 이를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와 단독 주택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담장 허물기 운동은 지난해 8월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세계환경정상회의'에서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