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조사가 나올 때마다 갖게되는 의문점이 있다. '조사 기관에 따라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교육비는 조사 기관에 따라 3~4배씩이나 차이가 난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온 조사 결과 가운데 전체 사교육비가 가장 작았던 것은 교육부의 6조7천억원(99년)이다. 하지만 같은 해 한국산업연구원의 조사에서는 30조1천억 원이나 됐다.
가장 최근의 두 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10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 강남권이 32만3000원, 신도시 27만3000원, 서울의 비강남권이 20만4000원, 광역시 14만8000원, 기타 17만9000원으로 나타난 반면, 19일 한국교육개발원은 연간 1인당 사교육비가 서울 강남이 478만원, 서울 기타지역 313만원, 광역시 276만원, 수도권 358만원,
중소도시 249만원, 읍면지역 203만원이라고 밝혔다. 이를 월 평균으로 환산하면 강남의 경우 7만여 원, 광역시의 경우는 6만여 원 정도 개발원 통계 값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전통적 의미의 사교육인 학원비·과외비·학습지 비용 등만을 잡을 것인지 교과서·참고서·준비물 비용 등을 포함시킬 것인지에 따라 차이가 크다. 학원비의 범위도 자격증 등을 위한 학원비도 사교육비에 포함시켜야 하느냐 등은 매우 모호한 문제다. 취학 전 아동과 대학생 사교육비의 계산 여부도 쟁점이다.
실제 이번 교육개발원이 조사한 13조원에는 취학 전 아동과 대학생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한국노동연구원은 7세 이하 취학 전 아동을 통계에 포함하고 있다. 개발원 조사에 취학 전 사교육비가 축되면, 두 조사의 통계 값은 더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하지 않는 실고생 포함여부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서 14세 이후 중고생의 사교육비 지역 차가 크게 나타난 것은 이 때문이다.(강남과 경기 신도시 45, 44만원인 반면 기타지역은 22만원으로 나타남) 또 설문조사의 특성상 대부분의 학부모가
사교육비를 실제보다 줄여 말할 가능성도 높다. 사교육비 통계가 고무줄 통계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