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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페지기의 짧은 편지>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라디오에서 한 동안 들을 수 있었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코너를 기억하시는지요. 굽은 허리, 주름 가득한 얼굴을 가진 늙은 촌부에게서 녹취했을 것이라고 상상되는 흥얼거림들. 뜻 모를 그 소리들이 왠지 모르지만 구슬프게 들린 이유는 그것이 곧 사그라질, 죽음의 수순을 밟아 가는
과정이란 걸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잊혀지고 있는 것이 비단 이런 가락과 장단뿐일까요. "우리는 대개 우리가 절대로 멸종될 리 없다고 생각한다. 도도새도 그렇게 생각했었다."라는 멋들어진 말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책이 있습니다.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이제이북스)이라는 이 책은 윌리엄 커피의 저 유명한 '도도새'로 시작해 테비크 에센크라는 터키의 한 촌부의 죽음으로 옮아갑니다. "그는 우비크 어(語)라는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최후의 인물이었다."라고 쓰여있는 비문(碑文)을 인용하면서 말이지요.

1992년 에센크가 죽자, 우비크어도 죽어버렸습니다. 언어는 사용자가 없으면 쓰러집니다. 그 절멸은 한 언어에 담긴 인류의 세계, 만물의 원리를 담은 문화가 죽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어나 인종, 민족이 사멸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무신경한가요.

언어의 사멸 현상은 낙후된 오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아일랜드어, 스코틀랜드어, 웨일스어 등도 사어(死語)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니까요. 이 책의 주장대로 언어의 죽음이 대부분 합리적 필요에 의해 자행되는 고도로 위장된 '살해'행위라고 본다면, 과연 우리말의 미래는? 우리말은 절대로 멸종될 리가 없다고요? '도도새'도 분명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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