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배달된 학원 전단지에는 강사 구성, 교습 방법, 대학 진학 결과 등을 아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나요. 학교는 차별화 한 프로그램과 엄격한 강사, 학생 관리, 전문적 교재 등으로 무장한 사교육을
배워야 합니다."
'사교육비 경감방안 공청회'에서의 "공교육은 사교육을 벤치마킹 해야한다"는 이종재 한국교육개발원장의 발언에 대해, 교사들은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조덕희 교사는 "이 원장의 발언은 공교육을 비판하고, 사교육의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공교육 정상화와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한국교육개발원은 지금껏 무슨 일을 한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선태 교장은 "우리교육의 방향타를 잡고 있는 기관장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니 35만 교원들은 보따리 싸들고 절간이나 찾아야 할 판"이라며 이 원장의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을 하고 나섰다.
김 교장은 "학교에도 7차 교육과정 수업과정 안에 보충학습, 심화학습자료까지 분명히 준비가 되어 있지만 학부형과 학생들의 반대를 이기지 못해 우열반 편성을 금지시키고 있는 현실에선 무용지물"이라고 일축했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학생을 모아 가르치는 학원과는 시작부터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학교에서 학원처럼 엄격하게 학생 관리를 해도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지금 학교에서 학원처럼 엄격하게 학생 관리를 해야 하는데 안하고 있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학교에서 매 맞았다고 하면 그 교사는 당장 문제교사가 되고 말지만, 학원에서 학생을 때려서라도 가르치려고 했다면, 그 학원은 학생을 엄격하게 잘 다루어주는 좋은 학원이 되어서 더 인기를 얻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노승진 교사도 "교육개발원장까지 여론에 편승해 인기몰이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는 학생과 원서를 줄줄 읽는 학생을 한 반에 모아놓고 어떻게 학원을 벤치마킹 하라는 것인지 개발원장에게 묻고 싶어진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교육개발원은 "성적과 석차에 의한 무한경쟁으로 대변되는 왜곡된 교육경쟁 구조에서 공교육도 경쟁체제를 도입,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의미로 한 말"이었다며 "사교육의 우월성을 주장해 공교육을 폄하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